30兆 체코 원전 '잭팟'...UAE 이후 15년 만의 수출 신화

2024-07-17 21:09
한수원, 프랑스 제치고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로 선정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팀 코리아'가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신규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기회를 잡은 쾌거다.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3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는 프라하 남쪽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각각 원전 2기씩 총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체코 정부는 당초 신규 원전 1기 건설에서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쪽으로 에너지정책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비 규모도 약 9조원에서 30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두코바니 2기(5·6호기) 원전 건설 계획을 먼저 확정했다. 이후 테멜린 지역 2기(3·4호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앞서 지난 4월 29일 체코 원전 건설사업 참여를 위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한수원,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를 결성해 수주전에 뛰어들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합했고 팀코리아가 막판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수주전의 결과를 가른 것은 가격과 시공력이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가격은 물론, 납기 준수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전 건설에서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온 타임 온 버짓'(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은 큰 강점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국은 내년 3월 최종 계약서 서명을 앞두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 원전을 실제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최종 수주도 따내게 되면 한국이 한국형 원전 수출에 성공한 건 15년 만이다. 한국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4기 건설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사업 규모도 바라카 원전의 20조원을 10조원 안팎 상회한다. 

체코 원전 수주는 첫 유럽 진출이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향후 폴란드와 스웨덴, 튀르키예 등 유럽 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고려 중인 국가들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