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결국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았다

2024-07-18 06:00

이효정 산업부 IT바이오팀 차장

의·정 간 갈등이 5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와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의과대학 교수들,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의사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으나 의대 증원 외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부의 지독한 갈등 관계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개시를 앞두고도 전공의 복귀율이 8%대에 머물면서, 내년도 전문의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15일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1155명만 복귀했다. 출근자는 이달 12일(1111명) 대비 44명만 늘어나는 데 그쳐 대규모 복귀는 물 건너간 셈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 인력이 돌아오길 바라며 연일 당근책을 꺼냈다. 우선 모든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철회와 9월 수련 특례 등을 제시했다. 또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근무시간 단축과 수당 확대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계획은 물론 향후 5년간 필수의료에 건보 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가 여전히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전공의 복귀율을 높이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일각에선 의사들이 2000명 증원 저지엔 실패했어도 이 정도면 체면을 구기지 않고 돌아올 수 있는 제안 내용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 그야말로 ‘의느님! 이제는 돌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격인데도 이번 사태의 키를 쥔 전공의는 답이 없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원하는 것을 조목조목 제시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원점 재검토’라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며 대화의 태도조차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의료계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가 잘못됐다면 의료개혁 특위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은 결정 났지만 2026학년도 정원 규모는 협의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그 어떤 단체도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렇게 우위에 있는 걸 본 적 없다. 사실상 이겼다고 평가받을 만한 상황인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의료계에 답답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환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오죽하면 환자 단체가 이달 초 아픈 몸을 이끌고 폭염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총궐기대회를 열었겠는가. 무조건적인 증원에는 반대한다던 시민의 목소리가 이제는 ‘괘씸해서라도···’라는 분위기로 바뀐 원인에는 오랜 시간 의료 현장을 떠나 오직 의대 증원 반대만 외치는 의료계의 태도가 한몫했다고 본다.    

의료계는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불과 몇 개월 만에 필수 의료의 근간인 수련병원 시스템이 모조리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전공의의 낮은 임금으로 연명해 왔던 수련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을 운영할 재정적 여력이 없음을 고려하면, ‘전문의중심 병원’ 구상은 비현실적 환상이고 임시방편 땜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나서야 할 차례가 왔다. 국민을 볼모로 일방적인 주장을 거두고 대화를 통해 얻을 건 얻으면서 그간 묵혀온 갈등 봉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전공의를 설득해 함께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할 교수들이 후배들을 지지한다면서 진료 축소에 동참하고 환자를 외면하는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

사태를 끝내보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끝까지 어깃장을 놓는 의료계의 태도에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의료계는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한 파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오늘의 환자’는 희생되어도 되는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의료 윤리’를 되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