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최저임금 1만원 시대…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2024-07-16 16:31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미 많은 뉴스에서 나왔듯이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하였다. 사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시작된 것은 2017년 19대 대선부터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첫해 16.4%, 이듬해 10.9% 인상이 이어질 때만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 1만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더욱이 당시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들 모두 공통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주장했기에 이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의 공약이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집한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당시 야당과 경영계는 일제히 시장 수용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게 되면서 이후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급격히 낮출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자영업자 부담을 더욱 증가시키며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3%로 박근혜 정부의 7.4%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 실패 요인으로 제시되었다. 야당은 중소·영세 업체 지원 방안 등을 미리 설계하지 못한 정책적 실수로 급여 인상만을 부각하며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크게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등과 같은 비임금노동자와 지자체들이 도입한 생활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노동 분야 사회보장제도 역시 매년 최저임금에 따라 운용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확실한 성과는 노동자의 소득 증가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최소한 생활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면 소비를 촉진한다는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 하지만 반대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노동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이미 일본, 대만, 홍콩보다 높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주휴수당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식당과 편의점 등은 종업원을 줄이고 무인계산대를 설치하는 ‘나 홀로 자영업자’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쪼개기 알바’,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여행이 증가하면서 여행객들이 느끼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일본의 물가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와 기업의 투자 증가라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의 감소로 인해 일터를 떠나게 되고, 그보다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만 일터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만 일터에 남게 되니 고용된 노동자들의 평균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노동의 강도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인상은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으며, 경험적으로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하여 정책적 변화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였을 때 변화가 미치는 파급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영학에서는 어떠한 문제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단일 항목만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항목을 포괄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기업의 성과가 개선 또는 악화되었는지를 파악하는 수평분석을 수행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다양한 논란과 관심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고용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최저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노동 대체 가능성, 즉 무인계산대, 로봇 제조 등과 같이 자동화나 기계를 도입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문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에서만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생산직의 성지라 불리는 현대·기아 자동차는 작년부터 정규직 직원 수를 줄이며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과 달리 현대·기아 자동차는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자연 감소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 대체 가능성은 항상 단순한 관계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 시스템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은 기계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의 활용 증가는 기업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데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기업들은 가급적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발전에 더 힘을 쏟을 개연성이 증가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노동 대체가 발생하면 기업과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교육, 재교육, 새로운 직업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 발전과 노동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여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정부 간 협력을 유도하는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의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닌 고품질 또는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생산으로 연계하여 상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다음 차례는 정부로 넘어왔다. 저임금 업종은 기업의 이윤이 적어서 교육훈련비를 부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업원의 교육훈련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 정부는 떨어진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정치적인 비교가 아닌 다양한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민생을 위한 정책적 측면에서 이를 주시하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