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李, 사퇴 16일만에 당대표 출마 선언…"'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

2024-07-10 18:04
출마선언문 17페이지...경제 27번 언급하며 '민생' 방점
'재생에너지' 통한 지역균형발전 주장…"성장 발전 기회"
"세제 혜택·재정 지원 필요"…산업 규제 완화 견해 제시
"금투세 도입 시기 고민해야…종부세 근본적 검토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는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한준호·강선우·김민석·전현희·김지호 후보. [사진=이재명 후보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국회에 국민의 마지막 기대, 이 나라 운명이 걸려있다.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질 수 있다"며 8·1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유를 밝혔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6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다수당으로서 국민께서 민주당에 부여한 책임이 한 시대의 무게만큼 막중하게 다가온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기회를 누리고, 희망을 가지고 새 생명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 정치의 책무"라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 전 대표의 출마선언문은 17페이지에 달했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기본사회' 구상도 다시 꺼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는 초과학기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일할 수 없는 소수의 예외적 존재를 보호하는 복지 제도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될 것"이라며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4.5일제 단계적 추진 후 2035년까지 주4일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경제 성장 청사진도 내놨다. 이 전 대표는 "에너지 고속도로,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전력망, 송전거리 비례요금제 등을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건설·도입해야 한다"며 "그중 에너지고속도로는 호남·영남·충청·강원 등 서남해안과 동해안의 낙후 지역들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발전 기회를 누리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고속도로나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견도 냈다.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당연히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RE100 전용 단지 등을 지방에 만든다든지 하면 '규제 프리 지역'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의 전환도 공언했다. 그는 "당원들이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이기고 다음 대선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지역당(지구당) 합법화 및 후원 제도를 도입하고 개방된 온라인 플랫폼을 갖춘 '오픈소스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현장에서 이 대표의 출마 선언을 듣던 당원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임 계기를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기자,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잠시 시선에서 사라졌다가 새로 정비하고 나타나는 게 훨씬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면서 "물건을 팔 때도 가장 비쌀 때 팔아야 한다. 어쩌면 개인적·정치적 평가를 받는다면 지금이 가장 가격이 높은 때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할 순 없다"며 "우리 국민 모두 걱정하는 것처럼 이 정권의 국정 운영이 정말로 위태롭다. 다수당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연임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제왕적 당대표', '친명 일색 지도부'라는 지적에 대해선 "제왕이라는 것은 대중의 뜻과 어긋나게 일방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거나 지배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 구성이 철저하게 당원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있고 당원이 선출한 것인데, 제왕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해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견이 끝나갈 때쯤엔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한준호·강선우·김민석·전현희·김지호 후보가 함께 단상 위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검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금투세는 거래세와 연동돼 있어 함부로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도입 시기 문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공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차익의 20~25%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기 추진돼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 1월로 유예됐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검사 4명 탄핵 추진에 대해선 "검찰이 권력 자체가 돼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조금이나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바로 탄핵"이라며 "위임받은 권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임명된 검사들이 자신의 부정·불법 행위를 스스로 밝히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국회를 겁박하는 것은 내란 시도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직격했다.

한편, 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이 9일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출마를 선언했고, 청년 당원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가 이날 '민주당의 미래 DNA'가 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3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 전 대표도 추대 형식으로 갈 경우의 정치적 부담감을 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