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번 돈 600만 원, 교사 꿈꾸는 후배에게 전해주세요" 대장암으로 세상 뜬 대구대 사범대 학생의 '마지막 바람'

2024-07-10 10:52
故 차수현 학생,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번 돈 600만 원 기탁
대구대, 못 이룬 수현 학생의 교사 꿈, 사범대학 인근 벤치에 새겨 기리기로

대구대 생물교육과 고 차수현 학생 [사진=대구대학교]
“알바로 번 돈 600만원, 교사 꿈꾸는 후배에게 전해주세요.”
교사를 꿈꾸다 최근 대장암으로 세상을 뜬 차수현 대구대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600만원을 사범대학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10일 대구대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교육과 고 차수현 학생(22) 아버지 차민수씨는 지난달 중순 딸이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후배들에게 써 달라며 대학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지난달 초 숨진 수현 학생은 2021년 교사가 되기 위해 입학하자마자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20여 년 전 수현 학생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했다.
아버지 차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을 진단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딸에게 몹쓸 병을 물려줬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수현 학생은 수술보다는 자연 치유를 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어 갓 스무 살 여학생이 견디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현 학생은 아픈 몸으로도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같은 학과 문동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해 말 병세 악화로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올해 휴학한 후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수현 학생은 지난달 초 끝내 세상을 떠났다. 수현 학생은 생전에 병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얘기를 꺼냈다. 수현 학생은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아버지는 딸의 바람대로 사범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차씨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며 "딸 후배들에게 작으나마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은 "수현 학생이 이루지 못한 꿈이 캠퍼스에 잘 간직되고 후배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사범대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 한 벤치에 수현 학생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겨 소중한 꿈을 기리고 있다.
 
대구대 故 차수현 학생 추모 문구 게재된 벤치. [사진=대구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