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상병 특검법' 재차 거부권 행사…"실체적 진실 밝혀졌다"

2024-07-09 13:57
국무회의 의결 재의요구안 전자 결재로 재가
"野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특검법 철회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15번째며, 제22대 국회 들어서는 처음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전자 결재 방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면서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68명 중 찬성 168명으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은 이 법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인 그달 21일 법 정신과 특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수정된 특검법은 특검 추천 권한을 거대 양당에 국한하지 않고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특검법은 이달 4일 본회의에서 총투표수 190표 중 찬성 189표, 반대 1표로 가결됐지만, 윤 대통령은 정부 이송 이틀 만인 이날 재차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특검법 재의 요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여당에서도 요청이 있었고, 위헌성이 더 강화된 특검법안이 넘어왔기 때문에 재의 요구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도 윤 대통령이 신속히 재의 요구를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북경찰청은 전날 채 상병이 소속됐던 포병여단장을 포함한 현장 지휘관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3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