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러 "남북 중 택하라는 윤 대통령 동의 못해"...관계 악화 원인도 韓에

2024-07-09 15:26
크렘린궁 대변인 "남북한 포함 모든 국가와 우호관계 원해"
尹대통령 인터뷰서 나온 북·러 밀착 경고 발언에 '반발'
양국관계 악화 원인 '한국'에...'대러 제재 동참' 거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사진=EPA·연합뉴스]

러시아 크렘린궁은 "남북한 중 어느 쪽이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러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8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처럼 언급한 것과 관련, "우리는 결단코 그러한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과 남한 모두를 포함, 지역 내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사실 우리는 현재 평양에는 파트너가 있는 반면, 서울에는 반(反)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가 있다"며 윤 대통령 발언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우리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한 국가들과 어떻게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전 로이터 통신에 "북한은 명백히 국제사회의 민폐로, 러시아는 결국 자신에게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러 관계의 향배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우리의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은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 거래, 군사 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등 협력 수준과 내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한·러 관계는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군사동맹에 가까운 '포괄적인 전략자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면서 급격히 냉각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로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고,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는 계속해서 얼어붙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북·러 조약 체결에 우려를 나타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관계 악화 책임을 서로에게 지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개선될지는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등 군사협력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거꾸로 양국 관계 악화가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결과로 돌리고 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인민군 군사교육을 맡은 간부들이 러시아로 향했다고 9일 보도했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금철 총장을 필두로 북한군 간부 대표단이 러시아를 찾는 것으로, 북·러 조약 체결 뒤 북한군 고위 관계자가 러시아를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