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경찰 "운전자 지하주차장 나오며 과속"…운전 과실 무게

2024-07-03 16:33
사고 배경 놓고 여러 의문점 제기...경찰 '부부 싸움' 루머 차단 "사실 아닌 내용"
경찰 "사고기록장치 조사결과 차씨 엑셀 90%이상 밟아...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 적용"
법조계 5년 이하 징역 예상...살인죄 적용은 살인 의도 입증돼야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해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상자 16명이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두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이 운전자 차모씨가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면서 운전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차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차량이 행인들을 덮친 뒤 구조물 충돌 없이 스스로 멈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68세인 차씨의 고령으로 인한 운전미숙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차씨는 경기도 안산 소재 운수업체에서 근무하는 현업 버스운전기사로 무사고 운전 경력 4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차씨가 운전 당시 부부싸움으로 홧김에 '풀액셀'을 밟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경찰은 확보한 차씨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차씨 부부가 운전 중 놀란 듯 ‘어, 어’라고 외치는 목소리만 담겨 있다며 "(부부 갈등은)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루머 차단에 나섰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차량 EDR, 영상 사고기록장치에 남은 전자 기록을 토대로 볼 때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90% 이상 강도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차씨의 운전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차씨가 사고 직전인 호텔 지하주차장 출구를 나오면서 가속이 이뤄진 것으로 1차 판단하고 있다. 정용우 서울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과속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EDR 기록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최종적으로 보고 말씀드리는 게 맞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차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상태다. 해당 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앞서 비슷한 판례를 살펴 볼 때 실제 양형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통사고 치사상에 대해 징역 8월~2년을 권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체로 5년 이하 징역을 예상하고 있다. 

전형환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예상 형량을 두고 "5년 이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9명이 죽었지만 과실범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합의가 원만히 된다면 3~4년까지 선고가 예상된다. 만약 급발진이 인정된다면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민 변호사(법무법인 경천)도 "급발진이 아니라면 고의로 사고를 낸 건 아니겠지만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 혐의가 적용된다"며 "금고형을 예상하는데 사망자 수가 많아서 유족들과 합의하는 하는 것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최소한 3~4년 징역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살의라는 고의성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차씨가 90% 이상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경찰 소견을 두고 "사람들은 살인죄 적용이 되는 것 아니냐고 의문들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블랙박스 조사가 완료되어야겠지만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살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