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38년만에 최저로 추락…日 개입 경계감 확산

2024-06-27 15:41
미일 금리차로 달러 매수세 강해…日당국 개입 효과 2개월만에 끊겨
달러 당 170엔 전망도

27일 일본 도쿄에서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달러 강세 흐름 속에 엔화 가치가 더욱 추락한 가운데 엔 환율이 27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0.87엔까지 올랐다. 이는 일본 거품 경제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38년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로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것은 올해 4월 29일 이후 2개월 만이다. 당시 일본 재무성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달러·엔 환율이 1달러당 160엔을 넘어서자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885억엔(약 85조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했다. 일본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에 힘입어 엔화값은 151엔대까지 회복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엔화 하락 추세를 되돌리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7일 "(당국의) 개입 효과가 불과 2개월 만에 끊겼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미국 간 금리 격차로 인해 엔화가 계속 압박을 받고 있어서인데,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2% 넘게 하락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65엔을 넘어 170엔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닛케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가 매파적 발언을 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에서 매파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25일(현지시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때가 아직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개입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환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궁지에 몰린 통화를 부양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케이는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넘으면서 일본 금융당국이 또다시 대규모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전날 엔화 약세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적절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지난 13∼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 축소 시점을 내달로 미루며 현행 금융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교도통신은 "당분간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따라 달러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에너지와 원재료 수입 가격을 밀어올리면 소매 가격도 상승해 개인 소비가 침체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9차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연 뒤 "양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