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인공지능(AI) 혁명에 대응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사업에도 나섰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다음 달 미국 의료 분야 AI 스타트업인 ‘템퍼스AI(Tempus AI)’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AI 기술을 사용해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의료 데이터 등을 분석해 치료법 선택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닛케이는 손 회장이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사업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템퍼스 AI는 전자상거래기업 그루폰의 공동 창업자인 에릭 레프코프스키가 2015년 설립했으며, 소프트뱅크그룹도 이 회사에 일부 출자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합작회사는 자본금 300억엔(약 2610억원) 규모로, 소프트뱅크그룹과 템퍼스 AI가 절반씩 출자하며 이사도 양 회사에서 같은 수로 절반씩 구성하기로 했다.

연내 일본 전국 병원으로부터 환자 데이터와 병리 정보를 모으고, 수집한 정보를 익명화한 뒤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다. 소프트뱅크는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본에서 향후 1~2년 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은 일본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암을 대상으로 하고, 이후 심장질환이나 뇌신경으로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다.

또한 환자의 전자 진료기록카드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파일, 임상세포 등의 정보를 각 병원으로부터 모아 병원에서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일본인의 의료 데이터 수집을 담당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의 암 게놈 의료 핵심 거점 병원으로 지정된 도쿄대, 교토대, 게이오대를 비롯한 전국 의료기관에 데이터 제휴를 요청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일본에서 이 같은 사업을 실용화한 후,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도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일본 언론을 통해 손정의 회장이 AI 혁명에 대응할 사업 준비를 구상 중이며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의 투자가 전망된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한편 이밖에도 최근 일본 기업들이 AI에서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전자업체 샤프도 오는 9월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LCD TV 패널 생산 공장 문을 닫고, 공장 부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2020년 설립된 신생 기업 '만트라(Mantra)'는 만화의 말풍선 속 대사 번역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개발했다. 만화 번역 시간을 단축해 일본 만화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해 나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