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홀대 금융정책] 상생금융 강조하지만···진짜 서민은 정책 외면받는다

2024-06-26 18:05
새출발기금‧소액생계비대출 등 보완 필요
금융권 대출 조이며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서민금융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회성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취약 차주가 자립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의 지난달 연체율은 20%에 달한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 평점이 하위 20%이고,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제도다. 상품 출시 후 지난달까지 신청자가 총 18만2655명 몰리며 흥행했다. 그러나 연체율 20%가 방증하듯 취약계층 지원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역시 높은 연체율과 실효성 등을 이유로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대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면 서민 지원 대책으로 대대적으로 돈을 뿌리는 정책을 펼쳐온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돈 풀기가 실제 서민금융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예컨대 그간 정부는 △이자환급 △신용사면 △저금리 대환 등 각종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쏟아냈는데, 이는 단기적인 금융 지원책에 그친다. 최근 4년 새 자영업자가 44% 급증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 속에서 단기적인 금융 지원만으로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생존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는 일반 차주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민이 민간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하늘에서 별 따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933점으로 나타나면서 2등급(891~941점) 하단도 훌쩍 뛰어넘었다. 1등급이 아니고선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도권 금융 내 '최후의 보루'로서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대부업 시장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부업·대부중개업 등 전체 대부업체는 올해 4월 말 기준 8473곳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300여 곳 감소했다. 고금리·불경기 속에 뛰는 연체율은 대부업을 어렵게 만들었고, 사실상 서민금융 공급 기능이 중단됐다.

상황이 이렇자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저신용자(6~10등급)가 최소 5만3000명에서 최대 9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8300억~1조4300억원으로 추산돼 전년(6800억~1조2300억원)보다 늘었다.

업계에선 서민금융을 공급하는 2금융권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금융권이 건전성 위기 속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는 만큼 이들을 도와 서민금융 공급망을 다시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채 탕감 등 돈을 푸는 지원은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며 "성실하게 돈을 갚은 차주들에게 대환대출을 확대하는 등 이자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