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공놀이 금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인권위 제소 당해

2024-06-25 11:24

광주 서구에 있는 서광어린이공원 전경.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 '공놀이 금지' 공고문을 붙여 입주민으로부터 권리침해 소송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24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아파트 단지 어린이놀이터에 '공놀이 금지'라는 공고문을 부착했다. 

해당 공고문 하단에는 '본 안내물이 또다시 제거되거나 훼손될 경우 CCTV로 확인해 경위를 파악할 것입니다. 절대로 제거 및 훼손하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까지 붙어 있었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해당 경고문은 관리사무소가 스스로 제거한 상태로 파악됐다.

아파트 주민 중 8세 자녀를 키우는 한 부부는 관리사무소의 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으며, 지난달 31일엔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의정부지법 민사27단독에 배당됐으며 원고는 부부의 자녀 B양, 피고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이다.

부부는 '공놀이 금지' 부착 공고문에 대해 "어린이의 권리를 침해하고 어린이를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해 처벌하려는 선제적 조치이므로 UN아동협약 31조 위반, 아동보호법 및 '노키즈존'의 위험성을 지적한 인권위의 권고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파트는 운영위원회나 주민총회를 통해 중요 사항들을 결정하고 시행하는데 이러한 의사결정 없이 임의로 아파트 주민의 권리를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부부는 "어린이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위법 행위로 친구들과 놀이터를 잃게 되는 피해를 겪었다. 이를 방관하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더욱 권리를 제약 당할 것이며 부당한 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례들을 방치할수록 저출산 위기가 가중될 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B양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금지해 친구들이 놀이터에 나오지 않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놀이에 대한 민원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공고문을 부착했었고 현재는 뗐다"며 "놀이터에 어린이용 클라이밍 시설이 있는데, 그 앞에서 공놀이할 경우 상대적으로 더 어린 아이들이 클라이밍 시설을 이용하다가 다칠 우려가 있어 공고문을 붙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