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B스토리] 꿈을 좇았더니 누군가의 꿈이 됐다...드림카의 원조 '포르쉐'

2024-06-25 06:00
포르쉐 창업주 "내가 꿈꾸던 자동차가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최초의 스포츠카 탄생
"우리가 파는 건 자동차가 아니다, 꿈이다"...창업자 정신 후대에도 이어져

[사진=포르쉐코리아]

모두가 원하지만 모두가 탈 수 없는 차, 우리는 이런 차를 '드림카'라고 부른다. 드림카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브랜드가 있다.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Porsche)가 주인공이다. 포르쉐는 매년 경영목표를 정할 때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 1대 더 적게, 작년보다 1대 더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하는 모든 이가 포르쉐를 가질 수 없게 하는 것, 포르쉐가 브랜드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실제 포르쉐 창업주인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1948년 최초의 스포츠카인 '포르쉐 356'을 개발하면서 "내가 꿈꾸던 자동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포르쉐는 "우리가 파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다. 꿈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포츠카 마니아들에게 '포르쉐=꿈'의 공식은 영원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꿈의 자동차 포르쉐의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했다.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 외부(위), 인테리어(아래) [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의 시작과 폭스바겐의 탄생

포르쉐는 독일의 천재 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쉐와 그의 아들 페리 포르쉐가 1931년 설립했다. 그러나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포르쉐 설립 전인 1900년부터 휠 허브 모터를 장착한 전기 자동차 로너 포르쉐를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최초의 사륜구동 승용차를 제작했다. 또 같은 해에 가솔린과 전기를 혼합한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며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원형을 만들기도 했다. 
 
1948년 그의 아들 페리와 함께 만든 최초의 스포츠카인 '타입 356'은 개구리 눈처럼 생긴 외형 탓에 '날으는(나는) 개구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차는 출시되자마자 모터스포츠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성능을 입증했다. 이후 후속 모델 '포르쉐 911'을 통해 기술력과 디자인 모두에서 가장 독보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걸 전 세계에 입증했다. 포르쉐의 대표모델로는 SUV인 카이엔,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를 비롯해 중형 SUV 마칸, 전기차 타이칸 등이 있다.
 
포르쉐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아돌프 히틀러다. 히틀러는 나치당의 주요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 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동자들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없는 자동차를 만들길 원했다. 히틀러는 1933년 3월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게 1000마르크 이하(당시 1년 노동자 임금의 약 63%)면서도 성인 2명, 어린이 3명를 태우고 100㎞/h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라고 명령했다. 일명 '국민차 개발 프로젝트'다.

포르쉐 박사와 히틀러의 공동 창업으로 설립된 폭스바겐은 독일어 그대로 국민차(Volks·국민+wagen·차)를 의미한다.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폭스바겐 비틀의 원형인 Kdf-Wagen는 대성공했고, 폭스바겐은 1937년 히틀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승승장구했다. 이후 포르쉐는 유럽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로, 폭스바겐은 국민 브랜드로 각각 성장했다. 포르쉐는 2012년 폭스바겐그룹에 인수합병됐지만 두 브랜드 모두 포르쉐 박사의 가문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큰 줄기는 같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포르쉐의 기술력은 '외계인을 고문해 완성시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하다. 이 기술 진화의 핵심은 모터스포츠 DNA다. 포르쉐 1호 차량인 356이 자동차 모터레이스에서 최초의 레이싱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국제 모터스포츠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신차의 성능을 끝없이 끌어올리고 있다.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정신은 왼쪽에 있는 열쇠구멍이 단편적 사례다. 레이싱 드라이버가 왼손으로 열쇠를 꽂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해 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데서 유래했다. 포르쉐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전동화, 지속가능성, 기술 영역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변화를 선도한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계 3대 포르쉐 시장으로 부상한 한국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에서 판매된 포르쉐는 3296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람보르기니는 155대, 벤틀리는 100대 등이 판매됐는데, 동급 스포츠카 판매량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포르쉐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포르쉐의 대표 모델인 파나메라의 국내 판매량은 1818대로,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수치다.
 
포르쉐는 올해 3세대 파나메라를 출시했다. 라인업은 파나메라4와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다. 파나메라4는 디지털 기능, 디자인, 역동적인 성능, 주행 편의성 등 폭넓은 스펙트럼이 특징이다. 부스트 압력, 연료 분사 시기, 점화 타이밍을 최적화하기 위해 2.9리터 V6 터보 엔진 성능을 개선해 최고출력 360마력(PS), 최대토크는 51㎏∙m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5초가 소요되며, 최고 속도는 270㎞/h다.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는 파나메라에서 선보이는 네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파워트레인의 핵심은 4리터 V8 터보 엔진이다. 새롭게 개발한 190마력(PS)의 전기모터와 총 680마력(PS)의 시스템 출력, 94.9㎏∙m의 인상적인 시스템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가속하는데 3.2초가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315㎞/h다. 25.9㎾h로 늘어난 배터리 용량을 통해 복합 WLTP 사이클 기준 최대 91㎞ 또는 도심 주행 시 83~93㎞ 순수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 시간을 2시간 39분 내외다. 
 
신형 파나메라는 전장 5050㎜, 전폭 1935㎜, 전고 1425㎜로 인상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을 자랑한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스포츠카의 성능과 세단의 편의성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만들어낸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파나메라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정수이자 브랜드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제품"이라며 "국내 럭셔리 클래스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