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경쟁 부추긴 정부, 통신 시장 혼란만 '가중'

2024-06-20 16:05
전환지원금 시행후 번호이동 소폭 감소
수익성 논란에 '제4이통사' 추진도 실패
"단통법 폐지·알뜰폰 활성화에 집중해야"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제4이동통신사 도입 등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했지만 끝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알뜰폰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도 충돌한다는 질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정책을 도입한 지 3개월이 지났으나 이통사 간 경쟁 촉진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환지원금을 시행한 후 번호이동 건수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시행 전인 올해 1월부터 3월 15일까지 번호이동 건수는 132만9774건이었으나, 시행 후인 3월 16일부터 5월까지는 131만5518건으로 다소 줄었다.

특히 알뜰폰에서 이통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경우가 늘었다. 이통 3사에서 다른 이통사로 변경한 사례는 전환지원금 정책 시행 전 50만9220건에서 시행 후 58만7175건,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바꾼 경우는 11만600건에서 14만675건으로 각각 늘었다. 그러나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변경한 경우는 28만1329건에서 19만3221건으로 줄어 알뜰폰 시장 경쟁력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가입자 증가 폭도 크게 둔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는 1만4451명 순증했다. 올해 1월 7만8060명과 비교하면 81.5% 감소했다. 전환지원금 도입, 이통 3사의 저가 요금제 출시 등으로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라면 알뜰폰 가입자가 순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정부가 통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온 제4이통사 추진도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지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되는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문턱을 크게 낮췄으나, 사업자의 재정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후보 선정을 취소했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사업자 선정 실패는 명백한 정부의 정책 실패"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통 3사와 70개에 달하는 알뜰폰으로 포화된 통신 시장에서 제4이통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폐지와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 이통 3사 주도의 통신 시장을 견제하고, 단통법 폐지 등으로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신속하게 단통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법 개정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단말기 시장을 정상화하고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단통법 폐지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었다. 최근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단통법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