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자 '강남3구' 사들일 때 서울 수요자는 '마용성' 샀다

2024-06-18 10:45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지방 투자자들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부동산 매수에 나선 가운데 서울 수요자는 마포·용산·성동구 등 '마용성'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외곽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수요자들이 가격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 주요 자치구 거주지별 매입 비중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서울 거주자 사이에서 마용성 매수 비중이 강남 3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강남 3구의 외지인 매입 비중은 24.6%를 기록해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 가장 높은 외지인 매입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22.3%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25.5%, 송파구가 25.4%, 강남구가 22.9%였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가격 조정으로 저점 인식이 자리 잡은 데다 분양시장 침체, 인구 감소 우려 등 지방 부동산 심리도 위축됐다"며 "취득세, 종부세 중과 등을 피해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고자 하는 지방 거주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3년~2024년 강남3구 및 마용성 외지인 매입 비중. [사진=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지방 투자자들이 강남 3구를 사들일 때 서울 투자자들은 마용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서울 거주자 매수 비중은 마용성이 75.5%로, 강남 3구(68.5%)보다 7%포인트 높다. 특히 타 자치구에 거주하는 서울 투자자의 마용성 매수 비중이 지난해 4분기 38.9%에서 올해 1분기 45.7%로 6.8%포인트 증가한 것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에서 다른 구 거주자가 매입한 비중(37.3%→34.3%)이 3.0%포인트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연구원은 "올해 시행된 저리의 신생아특례대출을 통해 서울 외곽 지역에서 손바뀜이 많았는데 수요자가 강남 3구보다 가격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마용성으로 갈아타기 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갭투자 지형도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마용성의 갭투자 거래 비중은 지난해 4분기 11.2%에서 올해 1분기 17%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 3구는 17.6%에서 15.7%로 낮아졌다. 규제지역 또는 비규제지역 1주택자가 추가로 비규제지역인 마포구와 성동구에서 매수하면 취득세와 종부세에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남 연구원은 "서울 시내 주요 인기 지역인 마포구와 성동구 갭투자 거래 증가는 수도권 부동산 매수심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시장금리 하락, 전셋값 상승,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 등 호재가 당분간 수도권 시장 매수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금리 수준이 높고 스트레스DSR 제도 등이 실시됐기 때문에 신축, 입지가 양호한 구축, 호재 실현을 앞둔 지역 위주로 선별해 매수를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