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전력 그리드 상호작용 효율 빌딩(GEBs), 미래 부동산 성장동력
2024-06-19 06:00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주요국을 중심으로 빌딩에서 전기에너지를 절약, 생산, 저장, 상호 교류하는 그리드 상호작용 효율 빌딩 GEBs(Grid-interactive Efficient Buildings) 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건물에 스마트 기술을 통합 사용해 에너지 절약(패시브 벽, 창문·플러그·조명·냉난방·환기 자동 조절), 자체 에너지 생산(태양열, 지열), 에너지 저장 배터리, 지역에너지와 연결된 전력 네트워크 그리드 등이 믹스된 개념이다. 미국 전력 시스템은 2030년까지 GEBs를 통해 연간 80억~180억 달러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GEBs는 건물 자체의 에너지 생산과 저장이 중요하다. 생산은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한 히트펌프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건물 소비 에너지의 20%를 건물 자체적으로 생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건물 내에 배터리를 설치해 에너지를 저장 후 사용하거나 그리드로 전력을 상호 교환할 수 있다.
GEBs 기술은 그리드와 각 건물과의 양방향 통신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에너지 사용 최적화를 지원한다. 전력 부하 조절, 분산 발전, 에너지 교환· 매각 등이 가능하다. GEBs는 전력 수요 피크 시 비싼 요금에 대비해 전기 부하를 구체화해, 건물 배터리에 저장한 클린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부하를 분산한다. 특히 전기차가 저장된 클린에너지로 충전하도록 시간대를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관리와 센서를 통해 입주자 편의성도 향상된다. 에너지 효율과 타이밍을 최적화하고, 저탄소 에너지소비 비중이 늘면서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수요와 기술을 선제적으로 수용해 장기적 자산 생존력이 강해진다.
GEBs 실현을 위해서는 에너지소비와 생산 제어를 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가 요구된다. 내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빌딩 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입주자 니드와 커넥티드 빌딩 시스템의 균형을 위해 우선순위도 정해야 한다. 극심한 기후 이벤트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그리드 인프라의 복원력도 갖춰야 한다.
창고회사인 퍼블릭 스토리지는 미국에서 약 650개 창고 옥상을 임차해 태양광 사업을 겸하고 있다. 미국 앨버커키의 뉴멕시코 대학교 그리드 시스템은 지방 정부, 대학, 에너지연구소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인간 활동, 전기차, 현장 에너지 발전·저장 등의 에너지를 통합하고, 독립적으로도 운영하는 '섬' 기능과 함께 그리드로 전력을 거래한다.
맨해튼의 록펠러 센터는 12개 건물에 배터리와 축열 에너지 저장을 결합해 피크 시간에 에너지 공백을 메우고 정전에 대비하고 있다. 축열 에너지인 얼음 기반 냉각 시스템은 전기료가 낮은 시간에 물을 얼려 더운 낮 냉방에 사용한다. 자산 관리 회사 브룩필드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자동 수요 대응 플랫폼을 사용, 실시간 전력망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지역에너지는 그리드의 중심이 된다. 중앙 공급식 장거리 송전은 전기의 60%가 상실된다고 한다. 캐나다 토론토는 온타리오 호수의 4℃ 물을 인근 지역에 순환시켜 여름철 냉방 비용을 약 90% 절약하고 있다.
이 경험을 살려 전력회사인 엔웨이브(Enwave)는 토론토 시내 전철역 인근의 대규모 복합건물 프로젝트에서 지하에 신개념의 축열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다. 지하 주차장을 최소로 줄이고 대신 거대한 저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운 뒤 건물 내로 순환시켜 추가적인 냉난방만 한다.
빌딩이 GEBs로 변신하면서 탄소와 에너지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6월부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분산 자원 활용 플랫폼 구축, 에너지저장장치, 분산 에너지 등을 추진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올해 약 100억원으로 국비 지방비 민간 부담금 매칭 방식으로 지원된다. 하지만 우리는 GEBs 사업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부동산 산업의 모델이 조기에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