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권경상 "'묘법연화경', 10년간 한 가지 서풍으로 썼죠"

2024-06-12 17:47
6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

서예가 월천 권경상 작가가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에서 열린 개인전 ‘사경으로 본 유불선’ 개막식을 앞두고,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설명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성민 기자]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끝내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하루에 300자, 400자씩 썼죠. 10년 동안 한 가지 서풍(書風)을 가지고 썼다는 점을 다른 분들께서 신기해하시더라구요.”
 
한국의 서예 대가인 여초 김응현 선생의 제자이자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위원으로 활동한 서예가 월천 권경상 작가가 생애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10년간 한결같이 한 가지 서풍으로 쓴 월천 권 작가의 ‘묘법연화경’은 하나의 거대한 산맥처럼 웅장했다.
 
권 작가의 개인전 ‘사경으로 본 유불선’이 1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에서 열린다. 12일 오후에 열린 개막식에는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인 ‘묘법연화경’에 관해 권 작가는 “팔만대장경 경판을 보면 여러 사람이 썼지만 한 가지 서풍으로 돼 있다. ‘그 사람들은 하는데 왜 나는 못하지. 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미술관 특별초대전인 이번 전시회에는 10여 년에 걸쳐 사경한 ‘묘법연화경’을 비롯해 유학 경전인 ‘대학’과 ‘중용’, 도교의 근간이 되는 ‘노자’ 등을 선보였다. 팔만대장경에서 복원한 ‘천수경’과 ‘반야심경’ 사경도 만나볼 수 있다.
 
권 작가는 간송미술관에서 평생을 보낸 가헌 최완수 선생의 권유로 사경을 시작했다. 권 작가는 “최 선생께서 50만자를 사경한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 같다는 말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사경을 권유받았을 때 불교경전의 방대함에 엄두가 나지 않아 사양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모든 일상이 중단된 가운데, 권 작가는 이를 사경에 전념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매일 6~7시간씩 사경을 쓰는데 몰두했다.
 
권 작가는 “워낙 성격이 급한데 사경을 쓸 때는 하나도 급하지 않다. 수행도 조금은 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