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벚꽃동산'의 새로운 에너지, 이젠 즐기고 있어요"

2024-06-11 16:27
연극 '벚꽃동산'서 송도영 역..."신인의 자세·무대와 객석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

[사진=LG아트센터 서울]
 
 
“프리뷰 첫 무대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어요. ‘내가 내 발등을 찍었나’ 싶었죠. (작품을 준비하면서) 긴장되고 불안해 명이 짧아지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불안함과 긴장감을 즐기고 있어요”(웃음)
 
‘칸의 여왕’ 전도연이 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7년 만의 연극 무대인 ‘벚꽃동산’의 준비 과정과 공연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전도연은 “처음 배우, 스태프와 상견례할 때. ‘신인 같은 자세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인은 낯선 작업 환경에 최대한 자신을 맞췄다. 연극 ‘벚꽃동산’의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은 극작가이자 연출가, 영화감독으로, 일찍부터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27세의 젊은 나이로 호주의 대표적인 극장, 벨부아 세인트 극장의 상임연출가로 초청받았고, 연극 ‘예르마’로 2017년 로렌스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 리바이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톤 연출은 지난 5월 열린 ‘고전의 재해석과 연출’을 주제로한 초청 강연에서 “리허설 1주일 전까지 대본을 쓴 경우도 있다. 생생함이 살아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배우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특별한 작업 방식은 ‘칸의 여왕’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처음 경험하는 작업 방식에 적응하고 믿음을 갖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4월 1일 첫 번째 리딩 연습날 배우 10명이 받아본 대본은 15장이 전부였다.
 
전도연은 “스톤 연출은 ‘자유롭게 당신이 느끼는 것을 천천히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새로운 신선함이 굉장히 좋았다. 지금은 그를 사랑한다. 다른 작품을 하자고 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도연은 “이 분야에서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내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벚꽃동산’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그런 것을 즐기려고 한다”라며 “점차적으로 무대와 객석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배우들의 호흡이 좋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해도 받아주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톤 연출은 고전의 오래된 질문을 간직하면서도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전에 미국의 실화를 입힌 연극 ‘메디아’, 헨릭 입센의 다양한 작품을 현대 가족사의 이미지로 풀어낸 ‘입센 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24년 한국 관객에게 선사할 작품으로 그는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인 ‘벚꽃동산’을 선택했다.
 
연극 ‘벚꽃동산’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녀가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 자유롭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녀의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전도연은 감정에 충실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송도영이라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살려냈다. 작품 속 송도영을 보면 우리 주변의 사람이 떠오른다.
 
전도연은 “엄마로서 딸들에게 고통 분담을 같이 시키는 캐릭터로 느껴졌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라며 “‘세월을 잘 피한 것 같아요’ 같은 대사는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호평을 보내고 있는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