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음대 입시 비리' 서울대 등 무더기 송치

2024-06-10 15:39
'마스터 클래스' 회당 70만원, 244차례 불법과외
입시 앞두고 노골적 청탁, 블라인드 평가 무용지물

입시 비리를 저지른 교수와 수험생 간 금전 거래 카톡 대화 내역. 오른쪽은 불법 과외교습이 이뤄진 장소. [사진=서울경찰청]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금품을 받아 불법으로 과외를 하고, 대학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준 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음대 입시 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학원법 위반,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시 브로커 A씨와 대학교수 B씨(구속) 등 총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17명 가운데 서울대 음대 학과장이던 C씨를 비롯해 현직 대학교수만 14명에 달하며, 자녀가 희망한 대학에 합격하자 B씨 등에게 명품 핸드백과 현금을 준 학부모 2명도 포함됐다.

브로커 A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하면서 음대 성악과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대학교수가 진행하는 불법과외를 모두 679차례 알선하고, 대입 합격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를 비롯한 현직 교수 13명은 A씨와 공모해 수험생들에게 총 244회 불법 성악 과외를 하고 총 1억3000만원 상당 교습비를 받은 혐의다. 학원법은 대학 교수 신분으로 과외 교습을 금하고 있다.

A씨는 학생들에게 발성비 명목으로 1인당 7만∼12만원을, 교수들은 30∼60분가량 과외를 한 뒤 교습비 명목으로 1인당 20만∼30만원을 현금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유층 집안 수험생이 매번 레슨비부터 반주비, 연습실 대관료까지 회당 최대 70만원에 이르는 고액을 부담하는 구조로 소위 ‘마스터 클래스’라 불리기도 했다.
 
음대 입시 실기평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가 자신이 과외해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평가표. [사진=서울경찰청]

이는 불법 과외에 그치지 않고 입시 비리로 연결됐다. B씨 등 교수 5명이 서울대, 숙명여대, 경희대 등 4개 대학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입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입시가 임박한 시기에 과외 횟수를 늘리면서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나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려주며 노골적으로 청탁했다. 이들 교수 5명은 청탁을 받은 후 서울대, 경희대, 숙명여대 등 4곳에 입학 실기평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이 과외해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대학에 따라 블라인드 평가를 진행한 곳도 있지만 이들은 연습 곡목, 조 배정 순번, 발성, 목소리 등으로 청탁받은 수험생을 구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과외 학생은 해당 대학에 합격했으며 일부는 다른 심사위원과 점수를 합산하면서 총점이 낮아 불합격하기도 했다.

이는 피해 대학들에 대해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교수들은 심사 전 ‘응시자 중 지인 등 특수관계자가 없다’ ‘과외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 등 내용이 적힌 서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채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일부 학생 측은 유명세 있는 특정 교수의 제자가 되고자 A씨를 통해 현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제자로 받아주면 대학 졸업 후 성악계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였다. 금품을 받은 교수는 이들을 위한 비공식 ‘제자 선발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수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고액 과외 교습을 용돈벌이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이번 사건에서 대학은 피해자이고 개별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으며, 입시에 영향을 미쳤다면 합격한 이후에라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