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3·4세 존재감 커진다...지분확대·新사업 드라이브

2024-06-10 18:38
롯데 신유열 전무ㆍ한화 김동선 본부장 자사주 매입 '속도'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글로벌·디지털 사업서 존재감
'불닭 신화' 삼양, 전병우 상무 신사업본부 '지휘봉'
오뚜기 장녀 함연지, 해외법인 입사...경영수업 본격 돌입

 
(사진은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허서홍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장녀 함연지. [사진=각사]

유통기업 오너가(家) 3·4세들이 경영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이 키우고 있다. 지분 인수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거나 국내외 신사업을 주도하는 등 차세대 리더로서 능력을 증명하고 나섰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 전무가 롯데지주 주식 7000여 주를 사들였다. 신 전무가 롯데지주 주식을 매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게 된 신 전무가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글로벌·신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은 새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롯데가 기존에 추진해 왔던 신사업 관리뿐 아니라 또 다른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재계에서는 신 전무가 향후 신사업에서 만들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승계 기반을 닦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도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4월부터 총 137회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매수 금액은 약 56억원에 달한다. 현재 김동선 본부장이 보유한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지분율은 2.32%다. 김 본부장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신사업 발굴과 함께 지배력 확보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 본부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겸 신사업전략실장과 한화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까지 역임하며 한화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식품업계도 오너 3·4세를 경영 일선에 배치하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장남인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 형제는 최근 글로벌 및 디지털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허 사장은 SPC 주력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삼립의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허 부사장은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을 맡아 그룹 내 혁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성공신화를 쓴 삼양식품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도 건강간편식 시장에 뛰어들며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전 상무는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김정수 부회장 부부의 장남이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지난해 9월 첫 공식 석상에 등장한 뒤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사업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장녀인 함연지씨도 최근 오뚜기 해외법인에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에 본격 돌입했다. 함연지씨를 중심으로 한 오뚜기 글로벌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위인 김재우씨는 2018년 오뚜기에 입사했다가 현재 휴직하고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하면서 함 회장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오뚜기는 올해 해외 매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진라면을 앞세워 글로벌 라면 수출 국가를 70개국으로 확대해 라면 수출액 1000억원을 넘긴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GS그룹 오너가 4세인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이 배달앱 요기요 위대한상상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GS그룹 핵심 계열사인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에 올라 그룹을 변화시키고 혁신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에 기업들이 오너 3·4세를 경영 전면에 배치한 것은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겠단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이러한 경영 시험대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오너 3·4세는 후계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만큼 이들 모두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