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억눌린 소비…韓경제 2분기 복병은 '내수'

2024-06-08 06:00
4월 전산업생산·5월 수출액 증가에도 내수 부진 여전
韓가계 이자지급액 2021년 총소득의 4.4%→2023년 7.3%
전문가 "2분기에도 소비 회복 지연…통화정책 전환 필요"

[사진=연합뉴스]
침체된 내수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2분기 한국 경제의 변수로 떠올랐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 모멘텀이 둔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1% 늘면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등 주요 생산부문의 전반적인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재개하는 양상이다.

5월 수출액 역시 반도체 호조 영향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한 581억5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8개월째 플러스 행진이자 22개월 만에 최대 실적이다.

반면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국내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 4월 승용차, 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가 줄면서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수개월째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 1분기 강한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 한국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가계에 이자 부담도 심화된 상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한국 가계의 이자지급액은 2021년 총소득의 약 4.4%에서 2023년 7.3%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부채를 늘리고 가처분소득을 빠르게 감소시켜 소비 여력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는다.

하반기 건설경기 회복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HSBC는 "건설경기 약세를 나타내는 선행 지표에 더해 인건비 등 건설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부동산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수요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4년 2분기)' 보고서를 통해 소비 회복의 지연을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 수출 경기의 회복력이 낙수효과를 통해 강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는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중국 등 주요국 불확실성에 따라 수출 경기 회복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 실장은 "내수 회복력 강화를 위한 유연한 통화정책 기조로의 전환과 민생 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전에 한국의 금리정책 기조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은 자본 유출과 물가 불안 때문에 고금리를 장기간 동결 중"이라며 "고금리 정책은 경기 침체·금융 불안 문제를 안고 있어 어느 것이 비용이 큰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연말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이 경우 한국은 고금리 지속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하고 소비가 줄어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한국도 유럽과 캐나다처럼 미국보다 조기에 금리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