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代 걸친 미술공헌 '노블레스 오블리주'
2024-06-04 17:00
호암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관람객 6만명 돌파
이병철이 만든 미술관에 이건희 기증품 전시
이재용, 선친 뜻 따라 수집품 2만3000점 기증
이병철이 만든 미술관에 이건희 기증품 전시
이재용, 선친 뜻 따라 수집품 2만3000점 기증
4일 재계에 따르면 호암미술관의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관람객 6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 26일부터 진행된 이번 기획전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이자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됐다.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돌아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호암미술관은 창업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했다. 호암미술관 설립은 해외에 유출되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소멸될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문화의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기 위해 미술관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교육과 향유의 장을 구상하고자 하는 창업회장의 의지로부터 시작됐다.
창업회장은 호암미술관 개관식에서 "그동안 따뜻한 애정을 갖고 문화재를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그것이 민족문화의 유산을 지키고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조가 되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 문화재들을 영구히 보존하면서 감상과 연구에 활용되기 위한 문화의 공기(公器)로서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개인의 공간과 작품들이 아니라 모두의 유산이라는 뜻을 담아 미술관을 설립했다는 것이다.
창업회장은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문화재 1167점(국보·보물 10여 점 포함)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하기도 했다.
창업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 "개인의 소장품이라고는 하나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며 "이것을 영구히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는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창업회장의 이 같은 철학은 세대를 지나서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선대회장은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을 한국 미술계의 메카로 키워냈다. 선대회장은 1997년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선대회장은 특히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문화시설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리움미술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암미술관의 상징인 전통정원 '희원'도 승지원에 한식 정원을 소규모로 만들어 본 후 호암미술관에도 조성하기로 결심한 선대회장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서양식 야외 조각 전시장 자리였으나 한국 정원을 보존·전승해야 한다는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새롭게 조성됐다.
선대회장은 명품 문화재들을 되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이는 '최고의 미술품을 어떻게 해서든 빨리 우리나라에 모아 놓아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비롯됐다. 사업경영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관련해서도 명품제일주의와 '초특급'을 최우선시했다.
선대회장은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국립박물관을 관람한 경험을 전하며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인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회장도 선친이 수집한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가족들과 함께 결정하면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앞서 이 회장과 유가족은 2021년 선대회장이 수십년간 모아 온 작품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눴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기려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을 한 것이다.
국보급 미술품들을 돌려받은 국민의 호응도 뜨거웠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개월간 광주·부산·경남 소재 4개 기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에만 49만명이 방문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지역별 순회를 이어가고, 이후에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더 풍부해진 한국의 국가 문화 유산을 알리기 위해 미국(워싱턴·시카고)과 영국(런던) 등 주요 도시에 해외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