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도시 광역교통대책 재원 투명화 나선다...LH 내부에 '광역교통계정' 신설 추진

2024-06-04 17:07

정부가 광역교통계정 신설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의 권역별 단기대책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재원 투명화를 위한 '광역교통계정' 신설을 추진한다. 각 지구별로 분산돼 있고 본 개발사업과 구분 없이 관리 중인 교통대책 사업비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유계정과 분리되는 광역교통계정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조기 완공이 필요한 집중투자사업 지원 등 개선대책 사업의 적기 추진을 위해 필요 재원을 적립해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광역교통계정 신설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도권 4대 권역별 집중투자사업 등 광역교통 개선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효율적이고 투명한 재원 관리가 필요한 만큼 별도의 계정을 신설해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 시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수립‧추진 중이나, 광역교통시설 공급 지연으로 입주민 교통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역교통계정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게 세부 운영방식을 검토하고, 광역교통계정 운영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4대 권역 집중투자사업은 광역교통 개선 효과가 커서 조기 구축이 필요하거나 갈등으로 장기 지연되고 있는 사업 등을 말한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신도시 광역교통시설 적기 구축을 위해 수도권 4대 권역별 집중투자사업 총 32개를 선정했다. 사업비는 총 7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국토부는 투자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LH 회계 내 광역교통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LH는 광역교통 개선대책 사업 130개 지구 중 82개를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사업자는 개발사업과 교통대책 사업비를 구분 없이 운영하고 있어 교통대책 사업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광역교통 개선대책 사업비를 별도 관리하는 광역교통계정을 신설하고 국토부가 매년 계정 수익 및 사업별 지출계획을 직접 수립해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매년 반기별로 국토부가 집행 실적을 점검하고, 집행이 지연되는 사업은 관리를 강화해 개별 사업이 계획된 기간 내 완료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지연 중이거나 조기 완공이 필요한 사업은 '집중투자사업'으로 선정해 매년 사업비를 추가 배정한다. 지방비 부족 등으로 지연되는 사업은 광역교통계정 내 여유 재원을 활용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융자 사업을 진행하는 등 투자 방식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신도시 광역교통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교통으로 인한 불편이 컸던 만큼 광역교통계정 신설 제도가 자리잡으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 대광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수립된 신도시 교통대책은 총 130개다. 하지만 세부 사업 1346개 중 이행이 완료된 사업은 809개로, 이행률은 60.1%에 그쳤다. 특히 2기신도시의 경우 교통대책의 70%가 당초 계획 대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해당 지구의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사용할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교통분담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통 대책이 아닌 곳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교통 체계 조성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계정을 별도로 신설해 투명하게 운영하게 되면 교통 대책 수립 및 추진은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통 대책의 특성상 각 지자체간 이견이 큰 만큼 제도 뿐 아니라 국토부와 대광위의 행정력 제고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신도시에 선(先)교통이 갖춰지기 어려운 이유가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교통사업에서도 지자체 간의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광위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