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언제 금리 인하 할까 묻자…IMF "美 피벗보다 국내 물가 집중해야"

2024-06-04 16:17

[사진=국제금융센터]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눈치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보다 국내 물가 상황에 집중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2%)에 수렴한다면 미국과 통화정책 탈동조화(디커플링)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울 아난드 IMF 한국 미션팀장은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특훈 교수가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언제부터 조정해나갈 수 있을지 묻자 "한국은 복원력이 좋은 국가"라면서 "한은은 연준의 결정 등 대외적인 상황보다는 내부 상황, 즉 국내 물가에 집중하면서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두 달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한은은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전망(2.4%)대로 흘러가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점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5.25~5.50%)과 역대 최대 금리 격차(2.0%포인트)인데 외국인 자금 유출, 환율 불안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먼저 금리를 낮추긴 힘든 상황이다.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인 물가와 관련해 아난드 팀장은 "한국의 물가는 지정학적 긴장, 식료품 가격 등 상방 리스크로 굴곡 있는 경로를 보일 것"이라면서 "목표 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 기조를 유지하지 않는 균형 있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아난드 팀장은 '글로벌 정책 전환기 세계경제의 도전과 과제'로 발표했다. 아난드 팀장은 앞으로 세계경제를 '안정적이지만 느린 성장'으로 규정하며 지난해 3.2%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 성장률을 올해 1.7%, 내년 1.8%로 전망했고, 신흥·개도국 성장률을 올해 4.2%, 내년 4.2%로 내다봤다. 
 
[사진=한국은행]
그는 하방 리스크로는 분쟁 속 원자재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경직성과 금융 스트레스, 중국 회복 불안, 경제분절화, 재정지출 급감 등을 꼽았다. 상방 리스크로는 단기 재정부양, 공급망 교란 완화, 인공지능발 생산성 개선 등을 꼽았다.

아난드 팀장은 재정정책에 관련해 "여러 선거철에 들어가면 재정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선거 공약에 새로운 지출에 공약이 나올 수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재정준칙을 도입하길 권하기도 했다. 그는 "고령화뿐 아니라 기후 관련 비용이 재정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글로벌 경제, 재균형으로서의 경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세계은행(월드뱅크), 일본 정책연구소(PRI), 중국 국가정보센터(SIC) 등 국제기구 및 해외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해 세계 경제와 아시아 경제 전반 및 중국과 일본의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