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끝나지 않은 'ELS 리스크'…은행 옥죄기보단 '제도 완충' 힘써야
2024-06-03 07:00
최근 은행들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배상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지난달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를 맞은 손실 확정 계좌 6300여 건을 대상으로 협의를 시작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다수 고객과 자율배상을 위한 조정을 시작해 배상을 받는 이들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 3월 말 은행들이 ELS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분담코자 일제히 자율배상을 결정한 결과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자율배상 협의가 속속 이뤄지고 있음에도 ‘ELS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불거진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당국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각계각층 의견을 듣고, 방안을 추리고 있다. 여기엔 은행들 의견도 전달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분쟁 조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러 대안을 폭넓게 보고 있다”며 “보험 같은 다양한 상품을 못 팔게 하는 극단적인 방식까지 각계각층이 주장하는 바가 모두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당연히 볼멘소리가 새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ELS를 판매하면서 행원들은 당연히 대부분 정해져 있는 절차를 그대로 준수했는데도 불완전판매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자율배상에도 적극 나섰는데 상품 판매까지 극도로 제한되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안을 내놓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제도 개선 방향이다. 은행권을 옥죄는 게 아닌 홍콩 H지수 ELS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제도를 완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투자자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