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많지만, 대학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안 보인다는 것이 대학의 위기입니다."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대학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고, 모든 대학이 동일한 그림으로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며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가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한민국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가 제일 크다. 수도권 대학도 정원 자체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여러 개 과를 만들거나 일반 종합대학 모습을 계속 취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재 상태에서 좀 더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학과를 만드는 등 집중적인 선택과 특성화가 필요하다"며 "모든 좌판을 벌이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 좀 더 강력한 대학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총장은 "학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대학원을 계속 키워야 한다면 국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국제 학생을 유치는 하되 좋은 인력을 찾아서 유치해 한국에 남게 한다면 인구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올해 총장 취임 후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과 새로 계획한 것들이 있다면.

"'글로벌 연구 중심 대학으로 우리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는 게 큰 비전이다.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 개선, 인프라 확대, 대학원 확충 등 세세한 일들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서울 소재 유일한 국립대학으로서 위상에 걸맞은 정책과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이공계 아닌 학과도 같이 발전할 수 있는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국립대학으로서 기본 역할로 국가적 난제를 같이 해결하는 데 동참하거나 지역사회 개방을 통해서 같이 공유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모델을 계속 구축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톱티어 대학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저에게 맡겨진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대학들이 풀어야 할 과제와 역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가 제일 크다. 국내 학생들이 이제 20만명 정도밖에 안 태어나고 있다. 그 학생들이 20년 후에 대학을 갈 텐데 수도권 대학 정원이 20만명이다. 수도권 자체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 이 부분을 풀기 위해선 집중적인 선택도 필요하고 특성화된 대학으로 서울과기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속 여러 개 과를 만들거나 일반 국립대 종합대학 모습을 취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 좀 더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나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학과를 만들어야 한다. 큰 대학보다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가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대학이 몸집이 작으면 아예 확장 정책을 펴서 주변 대학하고 연합해서 M&A 형태로 대학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충원 미달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 충원과 재정난 타개책이 있나.

"앞으로 대학원을 키워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국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국내 학부 출신들이 국내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연구 역량을 지키려면 대학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고, 국제 학생을 유치는 하되 좋은 인력을 찾아서 유치해야 한다. 그 학생들이 한글을 제대로 이수해야 하고, 한국 사람화 해서 플랫폼으로 쓸 수 있게끔 만드는 게 대학이라고 본다. 그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학부 과정을 마치고 석·박사 과정을 유도하고, 첨단 기업들에 외국 학생들을 훈련해서 보낼 것이다. 이 학생들은 결국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 결국은 인구 문제를 일정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전체 모델을 과기대가 집중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현 입시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입시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우리 대학은 수시 학생들이 훨씬 더 우수한 학생이 많고 중도 탈락도 현저히 적다. 반대로 정시 학생들은 탈락도 좀 더 많고 학교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다. 그러면 당연히 학교 선택은 수시 학생을 뽑는 게 맞다. 그러나 교육부 규정 때문에 수시 학생을 60% 이상을 뽑을 수 없게 돼 있다. 우리가 자율권을 가지고 원하는 목표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제도를 좀 만들고 싶다. 교육부에서 최소한의 경계선만 정해 놓고 대학에 자유로운 판단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수십 년 했던 입시 관련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대학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인재가 뭔지는 알고 있다. 신뢰도를 기반으로 사회가 대학을 믿어야 한다. 대학이 갖고 있는 고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살려 대학에 맞는 인재를 뽑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무전공 정원을 25% 풀로 채웠다. 무전공 입학제를 어떻게 잘 도입했는지.

"총장 맡으면서 가장 큰 짐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좀 더 큰 대학, 더 좋은 대학이 돼야겠다는 공유 의식이 강했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대학의 내실화에도 좋은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기 학과들은 많이 몰릴 것이 뻔하고 반대로 비인기 학과는 안 올 게 뻔하지 않나. 상생의 법칙을 좀 적용해 보면 인기 학과는 정원을 좀 더 내놓게 하고 비인기 학과나 국립대학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학과들은 정원을 좀 덜 내는 전략을 썼다. 교수님들이 판단을 잘해 주신 것 같다. 두 번에 걸쳐서 전체 교수회의에서 통과됐다. 한 번도 반대 없이 통과돼서 굉장히 보람이 있었던 일이고 동시에 더 책임감이 크다. 의사 결정이 빠르다는 것은 대학 발전에는 큰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괄적으로 25%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대학별로 차등화해서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의대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공계에 우수 학생을 진입시킬 방안은. 

"앞으로는 공대를 나와도 충분한 길과 비전이 있고 금전적인 혜택도 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인구가 줄기 때문에 공정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 구조를 보면 전부 기술 중심으로 돼 있다. 기술의 중심은 결국 공대 출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산업체에 비해 사람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의대와 공학 분야는 동떨어진 게 아니며 공학이 발전해야 의술이 발전한다. 의술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제품을 개발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공대생들 몫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고 그쪽을 선택하는 것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애정을 갖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닌가."

-AI 등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기존 교육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울과기대만의 교육 모델이 있다면.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교육에 한계가 왔지만 단기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교육은 오랫동안 숙성돼야 될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제도를 만들어서 학생들 틀에 맞추는 것보다는 보편적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이 20년 후에 어떻게 커가야 할지를 기성인들이 알고 있으니 적재적소의 내용을 담아서 교육에 스며들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교수님별로 각자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새로운 도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권고하고 싶다. 그래야 학생들이 수업에 재미 있어 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천편일률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이렇게 하라는 것은 수업 효과가 별로 나지 않는 것 같다. 대학의 강점은 창의성이고 자율성이기 때문이다. 교육 혁신도 누구를 따라가기보다는 각자 교수님들이 강의해 보고 좋다고 인정되면 공론화해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게 끔 해외에 많이 내보내려고 한다. 글로벌 마켓에 가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고 그와 관련된 준비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과기대 취업률이 높은 수준이다. 다른 대학과 비교해 차별화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우리 대학은 이공계 중심이 전체 중 70%를 차지하다 보니까 취업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다만 취업 대기 인력이 많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견기업을 가야 되는데 월급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니까 학생들 스스로가 기다리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 가서 경험 쌓은 뒤 대기업 갈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권고한다. 취업 관련 본부도 따로 구성돼 있어서 여러 가지 취업 관련 캠프도 운영하고 취업 진로 설계도 저학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학년 대상으로는 졸업한 선배들 불러서 취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행사도 많이 하고 있다. 취업하지 않고 있는 20% 학생들을 빨리 선택하게 끔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현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미래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지지 않으면 설득받기도 어렵다. 인구가 줄기 때문에 직장은 많이 열려 있지만 좋은 직장 가는 게 중요하고 좋은 직장에 가는 방법은 자기 실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이 있다면 철저하게 준비했으면 좋겠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진리인 것 같다. 앞으로 미래 세대는 인류의 난제를 풀어야 할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런 쪽으로 연구하고 고민할수록 또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다. 나름 비전을 만들어가고 짧은 미래보다 좀 더 롱텀으로 미래를 보면서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왜 여기 대학에 있는가 생각해 보고 또 나를 통해서 국가 사회가 뭘 원하는지를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잠깐 불편하고 어렵다고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보지 말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삶의 가치도 찾아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24년 서울과기대 비전과 계획은. 

"글로벌 융합 연구에서 최고 대학이 되고 싶다. 또 톱티어 대학으로 가야 한다. 현재 국가 방위산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방기술전문대학원을 내년에 개설한다. 또 원자력의학원이 포함된 의학전문대학원도 개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수 산업 분야가 요구하는 분야를 빨리 캐치해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 자원을 만들 준비도 하고 있다. 무전공학과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6월 1일 전체 추진단을 구성했다. 자유전공 추진단을 구성해서 모든 학과가 참여해 공통의 방법을 찾는 작업을 먼저 하고 있다. 첨단 학과들은 계속 교수를 충원할 것이고 인문사회 학과에 대해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약력>

△1963년 7월 20일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제13대 총장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학사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 박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국회 정보화추진위원
△대학평의회 의장, 교수평의회 의장
△대한기계학회 수석부회장
△(재)서울테크노파크 이사장
△대한기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