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손 놓은 AI법..."풀뿌리 스타트업부터 죽는다"
2024-05-30 16:29
'AI 패권' 노리는 日, 내달 AI법 정부 기본방침에 반영
"AI는 여야 쟁점에 휘말려선 안 돼" 업·학계 한목소리
"AI는 여야 쟁점에 휘말려선 안 돼" 업·학계 한목소리
국회가 인공지능(AI) 법제화 마련에 속도를 낼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미 AI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주요 국가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여야 대립에 뒷전으로 밀리면 '풀뿌리 AI 스타트업'은 생존 기로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기술력은 떨어져도 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일본 빅테크 기업이 부럽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22대 국회가 본격 시작되면서 21대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AI산업진흥·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자동 폐기됐다.
AI 기본법이 폐기되면서 국내 AI산업은 중요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픈AI·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다지는 동안 국내 기업은 법적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 부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업계는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AI 규제와 진흥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법 마련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개최한 정부 AI 전략위원회에선 이르면 올여름부터 생성 AI 개발자를 위한 법률·규제 심의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심의를 거친 AI 관련 법과 기준은 다음 달 정부 '기본방침'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본방침은 정부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성이자 각 부처 지침이 되는 규정을 의미한다. 일본이 기본방침에 AI 관련 법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법과 규제 도입을 동시에 논의해 안전과 혁신에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일본은 기업이 기술 측면에서 못 따라가도 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은 기술력이 밀리지 않는데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미 투자를 받고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기업도 문제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AI 지원과 규제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은 2020년 자국 AI산업 진흥을 위한 '국가 AI 이니셔티브법'을 제정했다. 이듬해엔 1월 AI 이니셔티브 기관을 설립, AI 연구·정책 입안·연방조정과 협력 등 일원화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AI 안전 보장과 신뢰성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행정명령에는 안전보장에 관한 새로운 기준, 프라이버시 보호 등 AI 관련 주요 기준 8개 항이 담겼다.
유럽연합(EU) 27개국으로 꾸려진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는 지난 21일 세계 최초로 AI 기술을 규제하는 'AI법'을 최종 승인했다. 2021년 초안이 발의된 지 약 3년 만이다. 이 법은 AI를 활용 위험도별로 분류해 규제 수위를 달리한 게 특징이다. AI 위험을 허용 불가능·고위험·제한적 위험·저위험 등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의무를 부과한다. 규정을 어긴 기업에는 최대 3500만 유로(약 500억원) 또는 세계 매출 대비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AI법 제정으로 EU 역내 기업들은 사업 방향 설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하면서 AI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2대 국회에서 AI 기본법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글로벌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선 기술만큼이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기본법은 AI산업 육성과 최소 규제를 담은 법인데, 정치적인 상황에 밀려 우선으로 고려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각 부처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규제 이슈 해결 등 투자에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도 빠른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