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불황 그림자] 경기 침체 시그널? 서민도 기업도 돈 갚기 '급급'
2024-05-30 18:00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 10년 만에 최고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2년 사이 3배↑
취약기업 차입금, 국제 금융위기보다 높아
"우량 대출자산도 연체 급증…심각한 문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2년 사이 3배↑
취약기업 차입금, 국제 금융위기보다 높아
"우량 대출자산도 연체 급증…심각한 문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대출 부실화 문제가 확산되면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일반은행의 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월 말 2.5%에서 1년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이를 두고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던 차주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기의 전조음은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사업자에 대한 정책성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는 2019년 말 275조원에서 2023년 말 364조원으로 4년 만에 32%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됐고 한계차주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최저 수준이었던 2021년 말 0.16%에서 2023년 말엔 0.43%로 확대되며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
금융당국은 현 금융 상황에 대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봤다. 오히려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금융시장도 안정적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체율 상승과 가계빚 증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악화된 건전성이 이후 꾸준히 개선됐지만 최근 다시 이례적인 수준으로 저하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이나 연체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 자체가 상승하는 추이도 가파르지만 은행의 전월세보증금 대출과 같이 매우 우량한 대출자산에서도 연체가 급증한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 등 내수시장 침체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측면에서 리스크 평가 지표들의 추가 악화 여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