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 뭐가 달라지나

2024-05-29 05:00

최정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 [사진=한국은행]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나 경제성장률 기사를 한번쯤은 접해봤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숫자로만 인식될 수 있겠지만 이런 숫자가 정부나 기업 의사결정에 판단근거가 되고 때로는 우리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단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 듯싶다.

앞서 소개한 1인당 GNI, 경제성장률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s)의 대표적인 통계들이다. 손익계산서와 같은 재무제표가 기업의 경영실적을 보여주듯 국가 차원의 종합 재무제표인 국민계정은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다양한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오는 6월이면 연간 국민계정이 공표되는데 이번 국민계정 통계는 새로운 기준년이 정해지고 기존에 발표된 시계열이 전면 재조정된다는 점에서 좀 특별하다. 이를 기준년 개편이라 하는데 실무적으로는 경제총조사, 실측 산업연관표 등과 같은 최근 기초자료를 반영해 기준년 수준값(level)을 추계하고 그 외 연도는 수정된 기준년 수치를 참고해 다양한 통계적 기법으로 추계한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기준년을 5년 주기로 변경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현재 2015년인 기준년을 2020년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준년 개편은 왜 하는 것일까. 통상 사회가 발전하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산업은 쇠퇴하거나 퇴장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산업구조나 생산기술이 과거와 달라지게 되는데 기준년 개편을 하게 되면 이러한 변화를 통계에 반영함으로써 통계의 현실 설명력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국민계정 통계를 작성하는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기준년도를 이용하여 시계열을 개편하기 때문에 국가간에 통계를 비교하기가 용이해진다.

이번에 기준년을 개편하고 나면 국민계정통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선 새로운 기준년에서의 경제규모는 기존에 공표했던 규모보다 전반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에 활용된 기초자료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인데, 예컨대 2020년 경제총조사의 경우 행정자료 활용도가 높아져 기존에 조사가 안 됐던 업체들을 많이 포착하게 됐다. 개편 후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수정규모는 경제 발전단계, 산업구조, 자료여건 등에 따라 국가별로 상이하다.

다음으로 기준년 개편으로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가계부채비율, 1인당 국민총소득, 국가채무비율 등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이용하는 각종 지표들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기준년 개편 시에는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거나 기존 통계를 개선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소득관련 통계를 확충하고 가계분배계정을 개발해 실험적 통계로 공표할 예정이다. 이로써 국민소득통계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고 기존에 총량(aggregate)으로만 공표하던 가계의 소득, 소비 등의 통계를 소득분위별로 보여줌으로써 국민계정의 정책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스쳐 지나가듯 본다면 기준년 개편은 그저 과거의 계열들을 업데이트하는 절차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통계의 정도와 유용성을 높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통계를 작성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은 통계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는데 기준년 개편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도구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