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도핑테스트] 펫코노미 시장으로 뛰어든 대웅…사람도 먹을 수 있게 만든다

2024-05-16 17:30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 키워
사람에 맞춘 동물건기식…휴먼스탠더드 확립
유명 자사제품 활용한 마케팅 전략 선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집자 주] 인터넷상에서 종종 소위 '약 빨았다'는 표현이 쓰이곤 합니다. 기발하거나 능력이 뛰어난 인물·대상 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박상현의 도핑테스트'에선 혁신적 행보로 관심을 모으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소개합니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제약사들이 이른바 '펫코노미(펫과 경제의 합성어)'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552만 가구다. 인구 수로 환산하면 1262만명이다.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셈이다.

펫코노미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8조원에서 오는 2027년엔 약 15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려동물 제약 산업은 더욱 탄력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신경쓰는 사람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보고서에서 반려가구들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항으로 '반려동물 건강관리'를 꼽았다. 한국동물약품협회는 글로벌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가 2021년 39조원에서 2031년까지 10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연평균 5.5%의 성장세다.

국내기업 중에선 빅5 제약사 중 한 곳인 대웅제약이 돋보인다. 대웅제약은 2019년 설립된 동물의약품 전문기업인 한국수의정보의 지분 66.7%를 인수해 대웅 그룹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후 이름을 대웅펫으로 변경했다. 자사가 보유한 연구개발(R&D) 능력과 동물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반려동물 제품·신약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동물 제품도 사람 기준으로 깐깐하게···개별 동물 맞춤형 서비스 제공 예정
문재봉 대웅펫 공동대표이사(왼쪽)와 이효준 공동대표이사. 대웅펫은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현상 속에서 사람을 기준으로 한 반려동물 제품 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사진=대웅펫]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한다는 '펫 휴머나이제이션' 현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식용 가능한 원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휴먼 그레이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서 반려동물만을 위한 식품 기준은 아직 따로 없다. 반려동물과 가축의 기준이 동일하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세간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에 대웅제약은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을 사람도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명 휴먼 스탠더드를 고수한다. 원료와 제조 시설, 품질 관리 기준, 영양성분 표기 등을 사람용 건강기능식품에 맞춘다는 것이다. 더욱 엄격한 사람 기준에 맞춤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으로도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반려동물 맞춤형 플랫폼 서비스에도 진출한다. 대웅펫은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브이원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과 같은 미생물들의 생태계를 의미한다. 대웅펫은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식습관과 건강을 파악해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임펙타민펫·베아제펫, 유명 자사제품 활용한 마케팅 전략 펼친 라인업
베아제펫 강아지용·고양이용(위)과 베아제펫 제품 [사진=대웅펫

대웅펫은 자사 제품명을 활용해 한층 더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자사의 제품명 뒤에 '펫'을 붙임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 효과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반려동물 영양제 '임펙타민펫'과 소화효소보조제 '베아제펫'이 대표적이다. 대웅제약의 핵심 제품인 비타민제 '임펙타민', 소화제인 '베아제'의 이름을 응용했다.

2022년 출시된 임펙타민펫은 강아지용과 고양이용으로 나누어져 있다. 기존 임펙타민에 들어 있는 비타민 B 8종을 함유하면서 강아지와 고양이의 상이한 특성을 고려했다. 임펙타민펫 강아지용은 야외활동으로 노화되기 쉬운 피부를 보호하도록 비타민 E를 강화했다. 

임펙타민펫 고양이용은 고양이의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K와 타우린을 추가했다. 타우린은 고양이가 자체 생성할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타우린이 부족한 고양이는 시력저하와 치주질환 등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미국사료관리협회는 타우린을 별도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대웅펫은 지난 3월 베아제펫을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의 주식인 사료는 탄수화물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침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가 분비되지 않는다. 강아지는 극소량만 분비된다. 실제 메리츠화재의 반려동물의료보험 '펫퍼민트'가 발표한 질병별 지급 건수 통계에 따르면 구토로 인한 지급 건수는 4043건으로 전체 질병 중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베아제펫은 탄수화물 소화 효소 '아밀라아제'와 단백질 소화 효소 '프로테아제', 지방 소화 효소 '리파아제'를 함유했다. 또 효소의 체내 활성도를 높이도록 하는 역가 배합을 설계했고 산성 환경인 위에서 효소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도 조절제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