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경제학자' 정창영 前 연세대 총장 별세

2024-05-12 15:51
연세대 15대 총장 역임…향년 80세
장례 연세대 학교장…빈소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이 별세했다. [사진=함께 나누는 세상]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11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80세.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대학 개혁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1943년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난 정 전 총장은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모교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돼 재무처장과 기획실장, 경영대학원장, 행정대외부총장, 15대 총장(2004~2007년)을 역임했다. 경제학뿐 아니라 문학과 철학 등에도 조예가 깊어 교수 시절 강의는 학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교수 시절 '선비'라고 불렸다. 말수가 적고 수업과 연구 외에는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제물을 많이 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학계에선 1세대 혹은 1.5세대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오랜 기간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교과서와 각종 저술 활동 등으로 국내에 주류경제학이 뿌리를 내리는 데 일조했다.

총장 재임 중 교수연구윤리강령을 선포하고 연세사회봉사상을 제정했다. 또 '글로벌 5-5-10 사업단'을 선정해 글로벌 연구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경제학자 출신 총장답게 학교발전기금 모금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2004년 4년 임기로 총장직을 맡았을 당시 '연세기금'을 신설해 해마다 1000억원을 모금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연세대 국제화를 위한 외국 교수 초빙과 해외 학생 유치, 송도캠퍼스 건설로 글로벌 리더 양성에 힘을 쏟으며 추진력 강한 개혁가로 평가받았다.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삼성언론재단 이사장과 함께나누는세상 이사장도 역임했다.

함께나누는세상 이사장을 맡았을 당시엔 북한 어린이에게 우유 보내기 운동을 주도하며 남북 관계 개선에 헌신하기도 했다.
 
대학 개혁에 브레인 역할을 맡아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2004년에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대학은 교육을 거의 방치하는 것 같다. 제품은 공장에서 세계 일류를 만드는데 제일 중요한 인재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라는 자성의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정 교수의 경제교실' 'IMF 고통인가 축복인가' '경제발전론' '경제학원론' 등 저서를 여러 편 남겼다.

유족으로 부인 최윤희씨와 아들 정상보씨, 딸 정상현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연세대 학교장으로 치르며 15일 오전 8시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장례예배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