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 반도체 투자 99.8% 급감…탈중국 韓기업 지원해야

2024-05-11 06:00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1년 전보다 9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부품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우리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경영 안정화와 제3국 이전 지원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국의 대중 투자 둔화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투자는 1100만 달러로 2022년 56억7100만 달러 대비 99.8% 급감했다. 

이 같은 투자 감소는 미·중 갈등에 따른 대중 투자 규제 강화 분위기와 함께 중국 내 인건비 상승, 외국인투자 기업에 대한 혜택 축소 등 투자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해외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30.5%를 정점으로 지속 하락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대중 비중은 8.3%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지난해 대중 반도체 투자가 급감한 원인은 삼성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장비의 업그레이드와 시설 확장 투자, SK하이닉스의 다롄 인텔 낸드 플래시 공장 인수 투자 등 대규모 관련 투자가 일단락된 영향도 있다. 

중국 내 투자 여건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재중 한국기업은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중국시장 내 판매 부진 △중국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로 인한 경쟁 심화 △중국 내 생산원가 상승 △인력난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반간첩법' 등을 앞세운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재중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원은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성장 둔화, 외국인투자 정책에 대한 불투명성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장기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대중국 투자 둔화가 중국 내수시장 개척, 대중 중간재 수출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대중 수출 감소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중국 내수와 수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자동차·화학 등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업종의 현지 사업 구조조정과 탈중국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첨단 분야와 공급망 핵심 업종에서 탈중국기업의 국내 회귀(U-turn)를 비롯해 해외 공급망 다원화 차원에서 제3국으로의 이전(P-turn)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