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 반도체 투자 99.8% 급감…탈중국 韓기업 지원해야
2024-05-11 06:00
미국의 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1년 전보다 9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부품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우리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경영 안정화와 제3국 이전 지원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국의 대중 투자 둔화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투자는 1100만 달러로 2022년 56억7100만 달러 대비 99.8% 급감했다.
이 같은 투자 감소는 미·중 갈등에 따른 대중 투자 규제 강화 분위기와 함께 중국 내 인건비 상승, 외국인투자 기업에 대한 혜택 축소 등 투자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대중 반도체 투자가 급감한 원인은 삼성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장비의 업그레이드와 시설 확장 투자, SK하이닉스의 다롄 인텔 낸드 플래시 공장 인수 투자 등 대규모 관련 투자가 일단락된 영향도 있다.
중국 내 투자 여건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재중 한국기업은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중국시장 내 판매 부진 △중국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로 인한 경쟁 심화 △중국 내 생산원가 상승 △인력난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성장 둔화, 외국인투자 정책에 대한 불투명성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장기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대중국 투자 둔화가 중국 내수시장 개척, 대중 중간재 수출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대중 수출 감소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중국 내수와 수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자동차·화학 등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업종의 현지 사업 구조조정과 탈중국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첨단 분야와 공급망 핵심 업종에서 탈중국기업의 국내 회귀(U-turn)를 비롯해 해외 공급망 다원화 차원에서 제3국으로의 이전(P-turn)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