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모자란 도요타, 시니어 모셔간다…70세까지 재고용

2024-05-09 17:55
도요타,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닥칠 채용난에 위기 의식
영업익 첫 5조엔 돌파, 시니어 재고용 여력도 갖춰

[사진=AFP·연합뉴스]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기업이자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일손 부족에 대응해 65세 이상 사원을 재고용해 70세까지 근무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전문 지식이 풍부하고 업무 능력을 갖춘 시니어 사원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금까지 약 20명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65세 이상 재고용 제도를 오는 8월부터 모든 직종의 사원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법적 정년은 만 60세이지만 실질적인 정년은 65세이다. 도요타 역시 정년을 60세로 두면서도 실제로는 65세까지는 재고용 형태로 일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더 나아가 재고용 연령을 70세까지 늘리기로 한 것이다.

고용 연령 연장과 함께 급여와 처우도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는 재고용된 직원이 부장 보직을 맡지 않는 경우 임금은 60세 이전의 절반 수준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60세 정년을 맞은 직원 중 20% 정도가 재고용을 선택하지 않고 퇴직했다.

도요타는 업무 공헌도를 측정해 추가 보상과 관련한 인사 개선책을 이르면 10월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도요타가 재고용 연령을 70세까지 연장하는 것은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요미우리는 “도요타는 가솔린 차량부터 전기차, 연료전지차까지 폭넓게 개발하는 이른바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전방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서 개발과 생산 현장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기준 도요타 정직원은 7만 56명으로 5년 전에 비해 6% 넘게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 내부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채용난이 닥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에 더해 8일 도요타자동차가 발표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3529억 엔(약 47조 원)으로 일본 기업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5조 엔’을 달성한 만큼 고령자를 재고용 할 여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사토 고지 도요타 사장은 이날 결산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적자본에 3800억 엔(약 3조 34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도요타 외에도 많은 제조 기업들이 정년 연장과 폐지, 시니어 사원 처우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명 지퍼 제조사인 YKK는 2021년 일본 사업장에서 정년 제도를 없앴고, 또 다른 자동차 업체인 마쓰다는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여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제조업의 인력난은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의 평균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28배였다. 128개의 일자리가 있지만 구직자는 100명 뿐인 상황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뱅크에 따르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파산한 기업은 작년 4월~올해 3월 기준 313곳으로, 전년 동기의 2배 이상을 기록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