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5000억? 4조원?… 전세사기 '선구제 후회수' 재원 시민단체·정부 추산액 다른 이유는?
2024-05-07 18:12
채권매입 하한선 기준·채권매입기관이 회수해야 할 채권 범위 엇갈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이달 내 법안 처리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개정안은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을 골자로 하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매입에 필요한 재원 규모를 놓고 시민단체는 최대 5000억원, 정부는 최대 4조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는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인 임자인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우선 정부기관이 돌려주고, 정부기관은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을 신청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채권매입기관이 공정가치 평가를 거쳐 이를 매입하도록 하는데, 채권매입기관의 매입가격은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 비율 이상이 되도록 규정했다. 하한선은 소액보증금 최우선 변제금 '비율' 이상이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의 선구제 방식이 진행되면 재원이 많게는 3조~4조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 5월 말까지 최대 3만6000명가량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피해자 평균 보증금을 1억4000만원 선으로 계산하면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 총액은 5조원이 된다. 여기서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보증금 반환 채권에 대한 가치평가를 1억4000만원의 70~80%가 된다고 추산하면 필요한 예산이 3조~4조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병석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은 "전세사기피해주택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치평가를 정확히 확정짓기 어려워 액면 보증금 5억원의 70~80%로 추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도 정부와 시민단체 간에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는 등기부등본에 표시되지 않은 질권, 조세채권 등을 고려했을 때 채권매입 과정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세채권은 압류가 걸려도 등기부등본에 금액이 나오지 않아 전국 국세청과 지자체 간 협의가 필요한데 해당 절차가 법에 명시되지 않아 불분명하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최우선 변제금을 우선 보상하게 되면 나머지 보증금에 대해선 공공기관이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재정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결국 정부와 시민단체 간 견해차는 특별법 개정안에 채권 매입의 정의와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아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지원총괄과 과장은 "공정 가치 평가 하한선에 대해 (법에) 불분명하게 표현돼 있고 법을 만든 의도와 문구가 다른 상황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