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회 과방위, '유종의 미'라도 거둬야
2024-05-08 06:00
인공지능 산업 육성·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그중 대표적인 법안이다.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전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AI와 관련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수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규제 성격을 지녔지만 향후 사업적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어 업계에서도 AI 기본법의 필요성을 인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에서도 조속한 법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EU와 미국 등에서 정부 차원에서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이후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의된 AI 관련 법안 7개를 병합한 법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3년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논란이 됐던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삭제하고, 생성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서는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등 수정 절차까지 거쳤지만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 심사 기회마저 얻지 못하고 있다.
구글 등 해외 콘텐츠사업자(CP)들에 망 사용료 부과 의무를 부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 역시 마찬가지 처지다. 2020년 12월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고 이후 2023년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사한 법안 8개가 발의돼 계류 중이다. 현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들이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해외 CP에도 이러한 망 이용 계약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역시 2022년 이후로는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들뿐 아니라 업계 요구에도 현재 장기간 계류된 ICT 관련 법안이 많이 남아 있다. 만약 이들 법안이 오는 29일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돼 22대 국회에서 동일한 법안을 재발의해야 한다. 22대 국회는 6월부터 시작되지만 차기 국회 상임위 구성까지 걸리는 시간, 법안 발의·심사 등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법안 통과는 이로부터 수개월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여야 간 대립 국면이 지속된다면 그 시점은 더욱 늦어지게 된다.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결국 국내 ICT 업계에도 부정적 여파가 미치게 된다.
돌이켜보면 21대 국회 과방위는 툭하면 '파행'을 거듭했다. '바이든-날리면' 사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선임 과정 중 진통,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논란 등 이유도 다양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4년이었다. 이제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종의 미'라도 거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