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전기차 캐즘, 징검다리를 활용하자
2024-05-08 04:30
최영석 차지인 대표 기고
'캐즘(Chasm)'이라는 일시적 수요 정체를 뜻하는 경제학 용어가 최근 자주 들리고 있다. 전기차로 시작해서 최근에는 배터리, 소재 그리고 충전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은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은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통한다.
국가별 상황이 다른 것은 전기차 산업이 크는 방식 때문이다. 소비자 요구에 따라 확장되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과 국가별 자동차 산업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게 맞겠다.
동남아에서도 자국 자동차 제조업 경쟁력 확보, 광물 자원 선점, 시장 확대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각종 보조금 지급, 관세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정작 한국에서는 'K배터리 캐즘'에 대한 진단만 확산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나올 수 있을까.
간접적인 요인을 확대해서 운전자들이 쉽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관공서나 대중 시설에 전기차 전용 주차장 설치, 거주자 우선 주차에 전기차 우선 배정, 그리고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선을 전기차에 단기적으로 허용 등이다.
이런 모든 방법은 제한된 세금을 예산으로 하는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사용자 편의와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캐즘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가 배터리 수명 및 비싼 배터리 교체 비용이다. 이때 '반값 재제조 배터리 (Remanufacturing) 허용'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폐배터리를 재생하여 원재료를 추출하는 장기적인 산업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전기차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 및 기업체에 전기차 활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내연기관을 전기로 변경하여 주행한 만큼 이에 해당되는 탄소배출권을 준다거나 세금 감면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유류비에 민감한 운송 사업자가 전기차로 변경하면 충전 요금에 대해서도 유류보조금과 같이 충전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순수 전기차 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친환경 차량에 포함해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급한다. 반면 한국은 PHEV에 대한 보조금이 전무하다.
최신 PHEV는 배터리 크기가 20킬로와트시(㎾h)로 전기로만 80㎞를 갈 수 있다. 출퇴근용으로 주행할 시 매일 저녁 충전만 가능하다면 전기로만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전기차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기름값 대비 전기차 충전 요금이 50% 이상 저렴(개인용 충전기를 설치하면 80% 저렴)하기 때문에 대부분 PHEV 사용자는 충전에 대해 진심(?)인 편이다.
PHEV 보급은 완속 충전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충전 사업자의 사업성도 좋아진다. 이렇게 되면 탄탄한 충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기차 보급도 훨씬 쉬워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최근 유가 상승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으니 PHEV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과 유사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아마도 많은 소비자들이 PHEV로 갈 것이라 예상한다.
PHEV는 전기차 배터리 대비 3분의 1 용량만 든다. 성능을 집약시키기 위해 값싼 중국산 LFP(리튬인산철)가 아닌 한국산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할 수밖에 없다. 대형 SUV에서 미니밴까지 완전 전기차로 변경하기에는 배터리 가격 부담이 커서 불가능했던 다양한 차종들에 PHEV를 적용하면 K-배터리 시장도 훨씬 커질 것이다.
PHEV 보조금은 K-배터리 캐즘을 극복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여 궁극적으로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