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 판매단가 5∼10% 오른다···전체 D램 매출 30% 이상 차지"

2024-05-07 08:07
트렌드포스 "올해 HBM 수요 성장률 200% 육박"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익성 향상 전망

전체 D램 매출 중 HBM(고대역폭 메모리) 차지 비율 추이 [사진=트렌드포스]

생성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년에는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HBM 주요 공급업체들의 매출·영업이익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용량(비트)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에서 올해 5%로 상승하고, 2025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진단했다.

매출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에서 HBM 비중은 2023년 8%에서 올해 21%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HBM 판매 단가는 2025년 5∼10% 상승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HBM 판매 단가는 기존 DDR5 D램의 약 5배에 달한다"며 "이러한 높은 가격 책정은 단일 기기의 HBM 용량을 증가시키는 AI 칩 기술(첨단 패키징)과 결합해 D램 시장에서 용량과 시장 가치 모두 HBM의 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HBM 수요 성장률은 200%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업체들의 2025년 HBM 가격 협상이 이미 올해 2분기에 시작됐다"며 "HBM의 전체 생산능력(캐파)이 제한돼 있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공급업체들은 미리 가격을 5∼10% 인상했으며, 이는 HBM2E(3세대)와 HBM3(4세대), HBM3E(5세대) D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AMD·인텔 등 HBM 구매자들이 AI 수요 전망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데다, HBM3E의 실리콘관통전극(TSV) 수율이 현재 40∼60%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현재 TSV 패키징을 포함한 HBM 수율은 DDR5보다 20~30% 낮고, 생산 주기는 1.5~2개월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주요 HBM 공급업체가 (엔비디아의) HBM3E 고객 인증을 통과한 것이 아닌 만큼 엔비디아·AMD 등 구매자는 안정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공급을 확보하고자 더 높은 HBM 가격을 수용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향후 Gb(기가비트)당 HBM 가격은 D램 공급업체의 신뢰성과 공급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평균판매단가(ASP)에 불균형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HBM 수율이 우수한 업체는 더 높은 수익성을 얻고, 낮은 업체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재 삼성전자는 첨단 TC-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 기술로, SK하이닉스는 MR-MUF(액체 보호제 주입) 기술로 D램 칩을 쌓아 HBM D램을 양산하고 있는데 양사의 정확한 수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아주경제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제히 HBM 생산능력을 늘리며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HBM 생산분은 모두 팔렸고, 내년 생산분도 대부분 솔드아웃(매진)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발언을 두고 최근 공급을 시작한 8단 HBM3E 제품뿐 아니라 3분기 양산할 계획인 12단 HBM3E 제품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도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용량(비트)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고, 해당 물량은 이미 고객사와 협의를 완료했다"며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HBM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고객사와 협의를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12단 HBM3E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고, SK하이닉스도 당초 내년부터 공급하려던 12단 HBM3E 제품을 3분기로 앞당겨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12단 HBM3E 제품은 엔비디아가 내년 1분기에 선보일 AI 반도체 GB200(블랙웰) 등과 AMD가 올해 4분기 선보이는 인스팅트 MI350, MI375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에는 주요 AI 솔루션 제공업체의 관점에서 볼 때 HBM 사양 요구 사항이 HBM3E로 크게 전환되고 12단 제품이 증가할 것이다"라면서 "이런 변화는 칩당 HBM의 용량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2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