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내 게임사만 때리는 '이용자 보호'
2024-05-06 13:57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도입 또 '다음'으로
"초등생 아이가 클릭 몇 번으로 60만원대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구매 알림 서비스 하나 없었다. 한 달 후 휴대전화 요금청구서를 보고 진상 파악에 나선 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2022년 가을, '해외 게임사'의 무책임함을 알려달라며 기자에게 제보한 A씨의 토로다. 요금청구서를 받아본 A씨의 아내는 요금청구서를 열어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보통 10만원대 요금을 지불해왔는데, 갑자기 100만원에 가까운 요금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통신사에 문의해 보니 B 게임사에서 결제됐으니 B 사에 문의해 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전후 사정을 알아보니 가끔 아내의 휴대폰으로 B사 게임을 했던 초등생 아들이 결제한 것이었다. 다만 아들은 언제 얼마를 결제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유료 아이템' 구매하기를 눌러본 적이 있다고만 답했다.
결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B사에 환불을 요구한 아내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B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바일 제공 업체인 애플에서 환불받으라는 이메일로 통보만 했다. 애플 고객센터는 환불 유효 기간, 환불 정책 등을 이유를 들었다. 소비자 피해 구제 정부 기관에 문의해 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현행 법령과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답은 소송으로 가는 것뿐이었지만,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결국 분노를 삭힐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해외 게임사가 국내로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히 발생해온 것이다. 실제 비슷한 불만을 제기하는 건수는 해마다 2000건대 안팎을 오간다.
문제는 정부가 아직도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다음'만 외치는 태도는 더 문제다. 정부는 최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하면서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법안은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또 미뤘다. 해외 게임사도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법 위반 행위 조사와 관련된 자료 제출의 주체·문서 송달의 대상이 된다. 국내 게임사 역차별 논란 해소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다. 연초만 해도 해외 게임사에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당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겠다던 약속은 이번에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용자가 게임을 선택하는 기준은 국가가 아닌 즐거움이다. 게임사가 속한 국가에 따라 이용자가 역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