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日 개입 추정' 엔 환율, 34년 만에 160엔 찍은 후 급락…추가 조치 가능성도

2024-04-29 18:22

29일 엔 환율을 보여주는 전광판[사진=교도·AP·연합뉴스]


29일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를 매수하며 환시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엔 환율이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160엔을 돌파한 이후 나타난 움직임으로,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엔저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60.17엔까지 오르며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160엔을 넘어섰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엔저 용인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연달아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고금리 기간 연장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오후 장 들어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장중 한때 154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차관급)은 환시 개입 여부에 대해 "지금은 노코멘트하겠다"고 언급했지만 트레이더들은 일본 은행들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처럼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이날 일본 외환시장이 일왕 생일을 맞아 휴장한 가운데 거래량이 평소보다 줄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서비스업체 IG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 연구원은 "이날 (엔 환율) 움직임은 실제적으로 BOJ가 개입한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공휴일보다 그것(개입)을 하기에 더 좋은 시기가 언제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공휴일에는) 달러·엔 거래 유동성이 낮고, 따라서 BOJ는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은 올해 들어 11%나 오른 가운데 한·미·일 3국 재무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하고, 급격한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하며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 외환당국이 엔저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모습이 나타난 가운데 향후 엔 환율 추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싱가포르 소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니콜라스 치아(Nicholas Chia) 아시아 거시 전략가는 "만일 이날 움직임이 일본 외환당국 개입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일회성 조치가 될 가능성은 낮다"며 "만일 달러·엔 환율이 다시 160엔까지 오르면 일본 재무부가 추가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의미에서는 160엔이 일본 외환당국의 한계점 혹은 새로운 기준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