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첫 정식재판, 증인 불출석으로 공전

2024-04-29 18:44
첫 공판준비기일 열린 후 1년 만
'공소사실 불특정' 문제로 공방

문재인 정부 당시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4.29 [사진=연합뉴스]
이전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정부 고위 관료들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렸지만, 증인 불출석으로 공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중남 부장판사)는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9),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67)의 첫 공판을 열었다. 

첫 재판이 열린 지 약 1년 만, 기소된 지는 약 1년 3개월에 만이다.

검찰 측은 "백운규와 조현옥 피고인은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중부발전에 재직한 정창길에 대해 사표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정창길 사장이 사표를 제출할 의무가 없음에도 하도록 하는 등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이날 심리할 혐의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 피고인은 모두 "공모하거나 지시한 사실 없다"며 혐의 부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정창길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재판이 공전했다. 검찰 측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증인 신청서를 법정서 내지 않은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준비기일 내내 쟁점이 됐던 공소사실 불특정 및 증거 의견 문제로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산하 공공기관장들 진술에 대한 부동의 취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만나서 사표 제출했다는 것 자체를 다투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에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은 "초창기부터 저희 의견은 어떻게 공모했는지 먼저 특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 특정 없이 거꾸로 물어보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반문했다.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조현욱이 백운규와 어떻게 공모했다는 건지 공소장에 공소사실 특정이 안 됐다"며 "의사 합치 여부가 어떤식인지 밝혀 달라"고 맞섰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자신들이 장관을 맡은 기관의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사표를 강요받은 기관장들은 1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도 지난해 1월 함께 기소됐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4월 열렸으나, 수사기록만 80권에 달하는 등 변호인들이 검토할 자료가 방대하고 공소사실 불특정 문제로 공방을 벌이면서 증거 의견 정리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재판부는 오는 5월 20일 공판에서 정 전 사장과 장재원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 번에 진행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