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브릿지는 안 돼"…서울시 반대에 '정비사업 고급화' 제동 걸리나
2024-04-25 17:04
서울시가 하이엔드 브랜드로 조성되는 흑석9구역 재개발 단지의 건축계획에 대해 ‘스카이브릿지’ 삭제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의결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스카이브릿지가 고급 단지의 상징으로 인식되며 이미 여러 정비사업장에 적용된 상황에서 흑석9구역 설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간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디자인 대신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강조해 왔으나, 이번 흑석9구역 건축계획 심의 결과로 스카이브릿지 등 고급 특화설계를 추진하는 다른 단지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열린 제8차 건축위원회에서 흑석9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건축계획을 심의한 결과 아파트 동과 동 사이를 공중에서 잇는 다리인 ‘스카이브릿지’ 삭제를 포함해 조건부 의결했다.
흑석9구역 재개발(디에이치 켄트로나인)은 흑석동 90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5층, 21개 동, 총 1536가구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시공사 현대건설이 동작구 최초로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한 곳이다. 고급 단지로 조성하는 만큼 스카이브릿지를 설계변경안에 포함시켰지만, 서울시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카이브릿지로 인해 사업비가 과도해지는 데다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스카이브릿지가 들어서는 동이 주요 간선도로변이 아니라 안쪽에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비용과 효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브릿지는외관 차별화와 한강조망 등을 위해 이미 주요 고급단지에 적용돼 왔다. 올해 1월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스카이브릿지 특화설계로 주목받았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스카이브릿지 커뮤니티시설이 특징으로 꼽힌다.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낸 대우건설은 6개 주동을 잇는 국내 최장 360m 길이의 스카이브릿지를 적용해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한남4구역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특화설계로 스카이브릿지가 포함돼 있다.
흑석4구역에 적용되려던 스카이브릿지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정비사업지 고급단지 적용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높은 건물을 최소 두 동을 연결해야 하는데, 단지 자체는 돋보일 수 있겠지만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통경축으로 애써 뚫어놓은 경관을 막아 경관을 해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축설계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급등했는데 스카이브릿지는 조립을 해서 올려야 하는 구조여서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한때 고급단지에서 유행처럼 도입했었는데, 스카이브릿지 주변 세대가 조망이 막히거나 그림자로 가리는 문제도 있어 사업비 대비 효율성이 낮다고 보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흑석9구역이 스카이브릿지를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다시 건축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는 주변 경관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래미안 원펜타스), 송파구 잠실진주(잠실 래미안아이파크) 등에 스카이브릿지 설계 축소 또는 삭제를 지시한 바 있다. 2019년 이주를 마친 송파 미성크로바 재건축 단지도 같은 이유로 스카이브릿지 대안설계가 2년 6개월 이상 반려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