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V하는 홈쇼핑]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 생성...홈쇼핑 업계 '울상'

2024-04-24 20:32

홈쇼핑 4사 '숏폼' 전략 [사진=아주경제]


정부가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 신설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홈쇼핑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모두 T커머스 채널 도입 논의를 제안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별위원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제안서에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판로 확보를 위한 T커머스 채널 신설 정책이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총선 공약으로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 추진'을 언급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판로 확대로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전용 T커머스 채널을 열겠다는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여·야 모두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 추진에 찬성하고 있어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채널 신설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통합위원회 제안을 검토 후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는 새로운 경쟁자 등장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TV 시청 인구 감소, 송출수수료 인상, 중국 이커머스 기업 급성장 등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채널이 추가될 경우 경쟁만 심화돼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홈쇼핑은 TV홈쇼핑 7개, T커머스 10개로 총 17개다.
 
TV 시청률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홈쇼핑과 T커머스 업계 모두 지난해 역성장했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매출은 1조3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영업이익도 693억원으로 4.1% 감소했다. GS샵도 지난해 매출 1조1311억원과 영업이익 1179억원으로 각각 8.7%, 17.3% 줄었다. 현대홈쇼핑은 매출 1조743억원, 영업이익 449억원 모두 2.5%, 60.2%, 롯데홈쇼핑은 매출 9416억, 영업이익 83억원으로 각각 12.6%, 89.4% 하향됐다.
 
SK스토아·KT알파쇼핑·신세계라이브쇼핑·W쇼핑·쇼핑엔티 등 5개 T커머스 업체 또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내는 비용이다.
 
송출수수료는 매년 상승세다. 지난 2019년 1조5497억원이던 송출수수료는 2020년 1조6750억원, 2021년 1조8074억원, 2022년 1조9065억원으로 증가했다.
 
송출수수료가 가뜩이나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늘어나면 좋은 채널을 얻기 위해 경쟁이 더 치열해져 수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기존 TV홈쇼핑 채널의 중소기업 편성 비중이 높다는 점도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홈쇼핑업계는 기존 TV홈쇼핑 채널이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 재승인 조건에 따라 TV 홈쇼핑 7개사의 중소기업 의무 편성 비율은 55~70%이다. GS샵과 CJ온스타일이 전체 편성의 55%이며 현대홈쇼핑은 60%, 롯데홈쇼핑은 70% 이상 중소기업 제품을 편성 중이다.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은 이미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로 운영되고 있다. T커머스 10개 채널 역시 70% 이상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 편성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인상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수익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현 홈쇼핑 채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