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변곡점 맞은 '범죄도시4'…확장 가능성 남기다
2024-04-24 13:23
세대마다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라고 '영화'와 함께 커가는 그런 작품들. 영화 '인디아나 존스' '분노의 질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그 시대를 대표하고 세대 간 추억을 향유하는 작품 말이다.
한국 영화가 메인 스트림에 진출하고 흐름을 이끄는 상황임에도 세대 간 프랜차이즈 영화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던 차.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등장했다. '범죄도시'의 흥행은 국내 영화계와 관객들에게 새 흐름을 만들어주었다. 일찍이 8편까지 기획되고 제작에 착수한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관객들과 라포 형성에 성공. 시대를 대표하고 세대들과 추억을 나누는 프랜차이즈물로 자리 잡았다.
배달앱을 이용해 마약을 판매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때. 마석도(마동석 분)와 서울 광수대는 수배 중이던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이들은 마약 유통 업체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사이버 수사팀과 팀을 꾸린다.
마석도는 백창기와 마석도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를 느낀다. 그는 사이버 범죄 수사팀에 이어 장이수(박지환 분)과 손잡고 범죄 소탕에 나선다.
영화 '범죄도시4'는 성공한 프랜차이즈물 '범죄도시' 시리즈의 변곡점이 되는 작품이다. 제작자 겸 배우인 마동석은 "4편을 기점으로 영화의 톤앤매너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고했던바. '범죄도시4'는 악당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성에 변화를 만들고 액션 스타일링을 재정비하며 반복적인 패턴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마석도가 사이버 범죄팀과 협업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범죄 수사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협업이 가능해진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첫 시도인 만큼 그리 매끄럽고 조화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이버 범죄 수사팀의 활약이 미미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데다가 발로 뛰는 수사를 펼치는 마석도와 '협업' 과정과 형사들과의 관계성도 아쉬움을 남겼다.
액션과 악당들의 캐릭터에도 큰 변화가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 전반의 액션을 담당했던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이번 시리즈의 액션은 여느 작품보다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복싱 액션을 업그레이드 해 보다 묵직한 타격감을 안긴다.
반면 악당 백창기는 단검을 이용한 예리한 액션을 선보인다. 허 감독이 "지난 시리즈와 4편의 차별점은 '백창기"라고 말할 만큼 그의 캐릭터와 액션 스타일이 전작과 차별화되어 있다. 전작의 악당들은 물불 가리지 않는 잔혹함이 강조되었던데 반해 백창기는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위압감을 준다.
백창기의 액션도 다르다. 시리즈 통틀어 가장 마석도에게 밀리지 않는 악당의 액션을 그렸다.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용병이라는 설정답게 지형과 주변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정확하고 예리하게 공격하는 만큼 마석도에게 대적할 만하다는 인상이다.
또 전작의 빌런들이 체중을 증량해 비주얼적으로 마석도에게 '밀리지 않는다'라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면 김무열은 반대로 백창기의 날렵함을 강조한다. 백창기 캐릭터에 맞게 외형을 디자인해 빠르고 가볍게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무열이 연기한 백창기는 이후 시리즈에도 회자할 만한 강력한 악역이다.
'범죄도시'는 지난 3편부터 두 명의 악역을 등장시켜 마석도를 압박하고자 했다. 백창기가 마석도와 직접 대적한다면 또 다른 악당 장동철은 판을 흔드는 역할로 활약한다. 다만 '범죄도시'가 발로 뛰는 형사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장동철보다 백창기에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범죄도시' 시리즈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장이수의 복귀는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팬들과 오랜 시간 라포를 쌓은 캐릭터인 만큼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낸다. 장이수와 마석도가 빚어내는 케미스트리는 물론 장이수 캐릭터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범죄도시4'는 드라마와 캐릭터, 액션 등 다양한 면에서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유머와 경쾌한 무드를 사랑한 관객이라면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을 거로 보인다.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고 캐릭터의 활약이 빈약하게 보일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새로운 팀과 등장인물들이 늘어났지만 조화롭지 않고 어수선하다는 점도 아쉽다. 다만 프랜차이즈 영화로서 앞으로 더 긴 호흡을 가지기 위해서 해봄 직한 시도다. 24일 개봉.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고 러닝타임은 109분 7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