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감독 이승엽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

2024-04-23 17:59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오재원 수면제 대리 처방으로 인한 두산 선수들의 자진 신고에 대해 "면목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감독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 첫 번째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서서 "안타깝다. 야구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단은 자진 신고를 했고, 규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구단에서도 나에게 자세하게 일일이 다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현장은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이 문제에 연관돼 있다는 자체가 안타깝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수석코치를 통해 미팅을 진행했다. 일단 우리는 경기를 해야 한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거고, 수습은 구단에서 하실 거다. 우리를 보기 위해 팬들이 경기장에 오신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경기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야구 선배들의 잘못이다. 선배가 잘못한 거다.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이 이런 일에 연루됐다는 것에 후배 선수들을 볼 면목이 없다"면서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을 마쳤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22일 두산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8명의 선수가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 처방을 해줬다는 자진 신고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전 두산 소속 선수였던 오재원은 마약 필로폰 투약혐의로 구속됐고, 그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뿐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수면제를 불법 과다 매수한 혐의도 받는다.

오재원은 법 때문에 수면제를 본인이 다 살 수 없으니 주변을 다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시절 후배 선수들을 비롯해 은퇴 후 차린 야구 아카데미 학생 학부모에게까지 손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