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휩쓰는 '中스파이 의혹'...英·獨 잇따라 발생

2024-04-23 17:46
영국 의회 전직 연구관 2명, '해로운 정보' 中에 넘긴 혐의
용의자 '부인'...中 "완전한 조작. 반중 자작극 행위 멈춰야"
독일, 방산 기술 中 넘긴 3명 체포...서방 中 간첩에 '경계'

베를린 주재 중국 대사관 [사진=AP·연합뉴스]


최근 유럽에서 잇따라 중국 관련 간첩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 같은 날 간첩 용의자가 체포됐고 비슷한 문제가 연초부터 불거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22일(현지시간) 국가에 해로운 정보를 중국에 제공한 혐의로 전직 의회 연구관 크리스토퍼 캐시(29)와 크리스토퍼 베리(32) 등 2명을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캐시는 보수당의 얼리샤 컨스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연구관으로 재임 당시 간첩 행위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경계하는 보수당 국회의원이 설립한 중국 연구 그룹의 회원이었다고 WSJ은 전했다.

그가 속했다는 '중국연구그룹'은 영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4년 전 설립한 조직이다. 2021년 중국 정부는 이들이 자국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다며 이들 단체원의 중국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 모두 적국에 직간접적으로 도움 되도록 계산되거나 의도된 메모, 문서와 정보를 획득한 행위를 했다며 공무비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외국에 해로운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될 것이며 26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시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이 스파이가 아니라고 완강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런던 중국대사관은 중국이 영국 정보를 훔치려 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조작됐다"며 "우리는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영국 측이 반중 정치적 조작과 자작극에 가까운 정치적 희극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하게 맞섰다.

지난 9월 영국 정부는 중국 스파이들이 기밀 사안에 접근하고자 점점 스파이 작전이 정교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간첩들은 작전상 정치, 국방, 비즈니스 분야의 기밀을 다루는 위치에 있는 관료를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독일에서도 방위산업 기술을 중국 정보기관에 빼돌린 혐의로 독일 국적자 3명이 붙잡혔다. 독일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약 2년 전 뒤셀도르프에서 한 업체를 통해 독일의 대학과 기술이전 협력 계약을 맺고 군함 엔진 부품 기술을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중국 해군력 증강에 필요한 추가 프로젝트를 협상 중이었고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가 자금을 댔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으로서 유럽연합(EU)의 규제를 받는 특수 레이저 장비를 MSS 결재로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최근 유럽 내 중국 첩보 혐의 관련 소식이 줄을 잇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 근거를 둔 걸로 보이는 해커가 2010년부터 4년간 독일의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 그룹에서 기밀문서 1만9000개를 빼냈다고 전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은 제조업과 방위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탓에 러시아, 이란, 중국 등의 산업 분야 스파이 활동 표적이 돼왔다.

다만 중국 관련 스파이가 적발된 사례는 현재까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최근 관심은 고급 반도체 제조 장비와 노하우 등에 관한 것으로 집중됐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용의자가 검거된 이유로는 최근 서방에서 방위산업 관련 스파이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을 시사한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