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선 경제법안] '에너지 100년 대계' 특별법 안갯속…속절없이 흐르는 골든타임
2024-04-24 05:00
고준위ㆍ해상풍력ㆍ전력망 특별법, 21대 국회 통과 '촉각'
원전 임시저장시설 2030년부터 포화 시작…민생 차원서 추진必
원전 임시저장시설 2030년부터 포화 시작…민생 차원서 추진必
방폐물 포화 '발등에 불'···고준위 특별법 물 건너가나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에너지 관련 주요 법안들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다. 대표적으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 등이다.
세 법안 모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머물고 있는데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발의부터 전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 재입법 논의는 일러야 9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보는 건 고준위 특별법이다.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저장시설 건설 관련 사항을 법제화하는 게 골자다.
여야 공히 법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핵심 쟁점인 시설 저장 용량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저장 용량을 원전 '운영허가 기간 발생량'으로, 야당은 '설계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지정하자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는 여당 측 원전 확대 정책과 야당 측 탈원전 기조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현재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곳이 없다 보니 폐기물이 원전 내에 계속 쌓이고 있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상업 운전이 시작된 이래 누적된 고준위 방폐물은 1만8900t에 달한다. 현 추세라면 2030년부터 임시 저장 시설도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부는 다음 달로 예고된 임시국회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법 통과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은 원전 운영국으로서 당연하다"며 "법 제정에 실패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미래 에너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상풍력·전력망 특별법, 여야 이견 없지만 '난항'
고준위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산자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서 애꿎은 해상풍력 특별법과 전력망 특별법까지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풍력발전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고, 전력망 특별법은 무탄소 전원에 연계돼 국가 첨단산단에 공급되는 345㎸(34만5000볼트) 이상 송·변전설비를 적기에 건설하기 위해 추진되는 법안이다.
사실 해상풍력 특별법과 전력망 특별법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지만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상임위 계류 단계라 최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주로 처리되는 5월 국회에 상정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미래 에너지 확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력망 특별법은 전기 수요와 신재생 발전량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발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라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전력 발전 시설이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 전력 수요는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력 사업자인 한국전력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력 공급과 수요가 각각 특정 지역에 편중된 만큼 분산이 필요하다"며 "기업 역량만으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특별법 제정 불발 시 전기요금 인상 등 민생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3대 에너지 특별법 통과 여부가 전기요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민생 개선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