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고 크라이시스] 연초 경제전망 죄다 어긋나...'3·3·3' 뉴노멀 대응에 사활
2024-04-23 05:00
3%대 기준금리, 3%대 물가 상승률, 1300원대 중후반 환율이 연내 지속되는 뉴노멀을 전제로 거시경제 정책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가 2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달까지 이어진 10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 끊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환율과 유가 상승 여파로 원유 등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대비 24.8% 급증하는 등 전체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앞서 정부는 연초 경제 전망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수출 산업 중심의 경기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의 고환율과 고유가는 정부의 계산 밖 악재다. 무역수지 관리와 경기 부양도 더 어려워졌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직후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대를 넘어서는 등 외환시장 불안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의 구두·실질개입을 통해 간신히 종가 기준 1400원선을 사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높여 물가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안 떨어지면 금리도 내릴 수 없다. 고물가·고금리에 고환율이 복병으로 가세한 이른바 '신(新)3고' 위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까지 늦춰져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모습"이라며 "금융위기나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 자본 유출에 따른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금리 장기화는 기업의 생산비용,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을 키워 경제 전반을 악화시키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취약계층(에 재정 지원을 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서 노동자 실질임금이 줄고 내수가 침체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가 등 국가적 노력으로도 통제 불가한 변수에 대한 비상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워낙 높은 만큼 확전에 대비해 에너지 등 핵심 자원 수급 안정 체계를 갖추고 비축과 모니터링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상당 시일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지원이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건설사와 부동산 PF 사업장에 85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계 중소기업에 '맞춤형 정책 자금' 등 41조6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PF 대출과 가계부채, 한계기업 여신 등은 정부 지원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며 "연내 금리 인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