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달러 예금, 3주 만에 2조 빠져…환율 급등 영향

2024-04-21 15:30
원달러 환율 석달간 7% 상승…2008년 금융위기보다 상승폭 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달러 예금 잔액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환차익을 기대한 자금 인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율은 올해 들어 7%가량 치솟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를 웃도는 상승 폭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5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은 558억65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보다 15억1200만 달러(약 2조760억원) 감소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70억6270만 달러 줄었다.
 
환율이 1280원대였던 11월 말 635억1130만 달러로 증가했던 달러 예금 잔액은 4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달러 예금 잔액은 △12월 말 629억2830만 달러 △올해 1월 말 593억5550만 달러 △2월 말 578억310만 달러 △3월 말 573억7760만 달러 등을 기록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 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자금 인출이 늘어난 것은 환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인출한 결과로 분석된다. 투자자 중 일부가 지금 환율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9일 장 마감 당시 환율은 1382.2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말 종가(1288.0원)보다 7.3% 상승한 수치다. 앞서 지난 16일 장중엔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1400원대 환율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달러 강세에 더해 이란-이스라엘 확전 우려 등이 달러 상승세에 작용했다”며 “다만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재료들을 볼 때 1400원 이상은 오버슈팅(지나친 급등)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영향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고금리는 통화가치 상승을 부르는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도가 기준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하면서 달러 가치가 더 오른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달러 강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립까지 발생했다. 글로벌 정세 불안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