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제재 절차' 개시…은행장은 제외 유력

2024-04-21 16:00
11개 판매사에 '검사의견서'…CEO 제재 가능성 낮아
책무구조도는 아직...나왔으면 은행장 등 CEO도 처벌 불가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시작했다. 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기 전인 만큼 은행장 등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검사를 마친 11개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보내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대상은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다.
 
각 판매사가 2~3주 이내에 검사의견서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면 금융당국은 법률 검토와 제재 양정(결정)을 하게 된다. 이후 이르면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 일정을 잡고 제재 사전 통보를 할 예정이다. 제재는 금융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구체적인 제재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최근 책무구조도 도입을 가정해 홍콩 H지수 ELS 사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검토했으며 CEO 제재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컨대 금융감독원이 검사 결과 지적했던 사항 중 하나인 홍콩 H지수 하락 시기에 오히려 판매 인센티브를 더 강화한 내용 등이 은행장에게도 보고됐다면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은행장 등 CEO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한 CEO에게도 책임을 묻는 근거인 책무구조도가 아직 도입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책무구조도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오는 7월 시행된다. 금융사들은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일러야 올해 하반기에나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책무구조도를 속속 도입할 예정인 만큼 홍콩 H지수 ELS 사태에 대해서는 CEO 제재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만 있고 ‘준수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CEO 제재 가능성을 낮춘다.
 
지난 2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내려진 중징계 처분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과도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혐의 관련 10개 세부 사유 중 2개만 인정했다.
 
또 2022년 말 대법원 역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 금리 연계 DLF 손실 사태로 금감원에서 받은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금융회사들은 DLF 손실 사태 이후 내부통제기준을 고도화한 만큼 홍콩 H지수 ELS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하기도 어러워졌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홍콩 H지수 ELS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가 책무구조도 작성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필요시 유관 협회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