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카페] 홍콩H지수 ELS 손해배상비율 얼마나 될까?

2024-02-02 06:00
40%대 이하서 차등 적용 가능성 '솔솔'
투자자 90%가량이 재투자…DLF 때보다 하향?
시장 진통 예상…판매사 눈치싸움 치열

[사진=아주경제DB]

금융권이 판매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판매사들의 배상 비율 책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홍콩 ELS 투자자의 90% 이상이 재투자를 진행한 만큼, 과거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때의 평균 배상 비율인 55~60% 대비 하향된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배상 비율이 투자 손실액의 40%대 이하로 확정될 경우, 손실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돼 시장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상 비율을 놓고 판매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별로 홍콩 H지수 ELS 배상 비율에 대한 다양한 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권은 이 중 배상 비율을 40%대 이하로 잡고 투자자별 20~40%대에서 차등 적용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상품 투자자의 90% 이상이 재투자임을 고려할 때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때 대비 배상 비율이 낮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권은 ELS 재가입·고령 투자 등이 이번 배상 비율을 정하는 데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지수 ELS 배상안이 적용되면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 배상안을 도입한 사례가 된다. DLF·사모펀드 사태 당시에도 재가입·고령 투자 등을 고려해 손해액 중 40~80%를 배상하도록 했다. 평균 배상비율이 55~60%에 달하는 셈인데, 당시 DLF 배상비율 기준안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에는 5%포인트, 80세 이상에는 10%포인트가 가산돼 배상비율이 정해졌다. 반대로 금융투자상품 거래 경험이 많거나 거래 금액이 크다면 은행 측 책임 감경 사유가 돼 배상 비율이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투자자들이 고령이더라도 재투자일 경우 해당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 혹은 손실 여부를 아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해, DLF 대비 배상 비율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배상 비율을 놓고 판매 금융사별 물밑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H지수 ELS 뭐길래

홍콩 H지수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 H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하는 지수다. 통상 해당 상품 만기는 3년인데 상품이 판매된 2021년 2월 홍콩 H지수는 1만2000대를 넘어섰으나 지난해 말에는 절반가량 하락한 5769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관련 지수 하락률이 반영된다. 금융권은 미·중 갈등 장기화와 중국 경기 침체,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흐름 심화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얽혀 유의미한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융권은 해당 추세대로라면 올 1분기 손실률이 60%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조2000억원의 원금 만기가 집중되는 가운데, 해당 기간 손실 규모가 6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상품 판매 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은행 15조9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는데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으로 상반기에 만기가 몰렸다. 

이와 맞물려 대규모 분쟁도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2일까지 5대 은행에 관련 민원이 518건 제기됐다. 지난해 관련 민원이 총 892건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12일 만에 지난해 수치 절반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달 해당 민원 건수가 1000여건을 상회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해당 상품 투자자들이 금감원 앞에서 잇따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은행권이 홍콩 ELS가 고위험 상품임에도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했다는 주장과 함께 금융당국의 불완전판매 책임과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대규모 손실 우려가 확산되자 은행권은 최근 ELS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고위험 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근본적 취급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는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 보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판매 제한 등을 결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판매 문턱을 높이거나 파생상품 한도 축소 논의 등을 통해 관련 리스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